노경조기자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개월 만에 2000건을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점차 낮아지고 급매물이 소진되는 가운데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 자금 투입이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거래량 증가라는 추세적 전환을 예상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는 평가다.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2268건으로, 지난해 10월(2337가구) 이후 3개월 만에 2000건을 넘어섰다. 1월분 집계가 이달 말까지 이뤄지는 만큼 수치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월 3000건을 넘기도 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1월(1843건)과 12월(1827건) 2000건을 밑돌았다. 고금리 속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특례보금자리론마저 9월 종료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시행된 2006년 이후 월평균 5000~6000건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거래량이 직전 2개월과 비교해 반등한 것은 주담대 금리가 하락 조짐을 보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담대 변동금리 산정 기준인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는 최근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고정형 주담대도 기준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하면서 최저 연 3%대 초반에 금리를 형성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 어린 전망도 제기된다.
여기에 연 1.6~3.3% 저리로 무주택가구나 1주택자(대환대출)에게 최대 5억원까지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신생아특례대출 신청이 이뤄지면서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신생아특례대출의 경우 지난달 29일 접수를 시작해 아직 대출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거래량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수요자들이 다른 대출을 먼저 받은 뒤 신생아특례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할 수 있고, 시장에 향후 27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평가다.
주택 매수심리도 4개월 만에 소폭 회복됐다. 국토연구원의 ‘부동산 시장 소비자 심리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 소비심리 지수는 104.3으로 전월보다 4.7포인트 올랐다. 전국적으로는 2.9포인트 상승한 103을 기록했다. 매수자·매도자 간 비교에서는 여전히 매도자가 많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서울 매수우위지수가 지난해 12월 18.8에서 올 1월 21.2로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 눈에 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량 증가가 추세 변화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규제 완화 정책을 얼마나 더 내놓을지 알 수 없고, 신생아특례대출의 지급도 까다롭게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특례보금자리론과 비교해 신생아특례대출은 조건이 까다로워 파급력이 작고, 분양물량 감소가 거래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의 파급효과와 더불어 현재 급매물 위주의 거래에서 물량이 빠지고 호가가 올랐을 때 상승 거래가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