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기자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이 최근 틈새 시장에서 잇단 성과를 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새 영역 개척으로 위기를 넘어선다는 전략이다.
2019년 약정 후 약 4600억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된 이지스NPL 2호는 올해 5월 펀드 만기를 앞두고 최근 조기 청산을 확정했다. 설정 당시 목표 연평균 수익률은 8%였지만, 실제 내부수익률은 13% 이상으로 초과 달성하며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업계 부동산 실물, 개발펀드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성과다. 현재 계획 중인 이지스NPL 4호펀드의 투자자 모집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윤석 파트장이 이끄는 이지스자산운용 AI(대체투자) 부문은 그 동안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NPL 관련 투자를 진행하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NPL펀드는 금융기관의 대출채권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금융기관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매각하는 부실채권을 할인해 매입하고 이를 정리해 수익을 얻는 구조이다. 공급 물량이 많은 경기 침체 시기에는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고, 경기 회복 시기에는 정상화된 가격에 처분할 수 있어 현 시장 상황에 적합하다.
펀드의 자본력과 저평가된 우량 자산을 선별하는 역량이 중요한 사업모델이다. 국내 NPL시장은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거래액이 4조원에 달하며 전년 한 해 거래 규모를 거의 2배 넘어서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올 초 인프라부문 대표를 신규 선임하고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맥쿼리 인프라스트럭처 부문, 신한자산운용 인프라 전략 투자실장 등을 거쳐 2022년 이지스에 합류한 오태석 대표가 수장을 맡았다.
인프라 투자는 국가 필수재의 성격을 지닌 사회간접자본(SOC) 공급과 운영을 뒷받침한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 면에서 일반 상업용 부동산보다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전통 부동산 자산에 비해 투자 변동성이 낮고 제도적 뒷받침도 잘된다.
최근 인프라 투자 부문의 기관투자가 선호를 감안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테마의 인프라 펀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연료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사업권을 확보했다. 2건의 입찰에 참여, 모두 사업자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해외 전문 운용사들이 사업권을 따낸 사례는 있었지만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매우 드문 사례다.
사업권 확보로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펀드자금 모집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ESG테마의 인프라 펀드를시작으로, 다양한 인프라투자에 집중하는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유한 부동산 부문은 새로운 테마로 활력을 찾고 있다. 지난달 평창동에 KB라이프생명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와 함께 공급한 실버타운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산운용사가 조성한 첫 번째 실버타운이기도 하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평창동 실버타운 외에도 서울 시내 2개 지역에 추가 실버타운 조성을 추진 중이다.
2026년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며 실버타운 공급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전망이 밝다는 평가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인구구조및 산업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 금융 자본이 활용될 수 있는 공간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게 이지스의 핵심 경쟁력"이라 며 "모든 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설립도 자산운용사 최초로 추진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올 1분기 준공 예정인 '팩토리얼 성수'도 프리미엄 오피스 시장에서 새로운 콘셉트로 주목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삼성전자가 처음부터 자산운용사와 협업해 개발한 자산이다.
팩토리얼 성수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화제가 된 현대차 그룹의 연구소 '로보틱스랩'이 입주자 편의를 위한 주차, 딜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빌딩 조성을 위한 첨단 빌딩 통제관리 솔루션을 공급한다.
팩토리얼 성수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개발한 첫 3세대 오피스다. 그동안 오피스 시장은 시스템 가구와 퍼스널 컴퓨터가 도입된 1세대(1980~1990년대) 오피스, 공유오피스 등 다양한 형태의 업무공간과 어메니티 시설이 등장한 2세대(2000~2020년대) 오피스로 발전해 왔고, 최근에 등장한 IT 대기업의 스마트오피스는 2.5세대로 분류된다. 3세대 오피스는 주로 대형 테크 기업의 근무 방식에 맞게 진화한 '테크 레디 빌딩(Tech Ready Building)'을 의미한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올해도 시장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빠른 성장보다는 투자자 관점에서 안정성을 보다 확보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유망한 자산을 선별하고 펀드를 조성하는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