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EW]자본주의적인 美의 이상한 주류판매법

주류 관련법 각 주 정부에 맡겨
17개주 마트·편의점 판매금지
주류점 술 판매 직원이 공무원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알려진 미국에는 생각보다 반자본주의적인 법이 많다. 그중 한국인으로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술 판매 관련 법이다. 한국에서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술을 구입할 수 있는 반면에, 미국 17개 주에서는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아예 술을 살 수 없다. 이러한 주에서는 주 정부만이 주류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파생되는 재미난 사실이 있다. 바로 주류점에서 술을 판매하는 직원이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또 술을 살 수 있는 날도 정해져 있다. 4개의 주에서는 일요일에 술을 팔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텍사스에서는 주중과 토요일에는 마트에서 맥주나 와인을 살 수 있지만, 일요일에는 살 수 없다.

그리고 밤이 되면 네바다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주에서는 술 판매가 금지된다. 24시간 여는 편의점이더라도 늦은 밤이면 술을 팔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외식용 주류 판매에도 적용된다. 새벽 1시가 넘어가면 바, 클럽, 레스토랑 등에서도 술을 팔지 못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클럽도 많다.

필자가 사는 인디애나주에도 독특한 주류법이 있는데, 냉장 보관한 맥주는 판매 불가하다. 따라서 마트에 가면 모든 맥주가 상온에 나와 있고 물이나 탄산음료 등만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술 가격에도 상당한 제한이 있다. 소비자판매가는 반드시 도매상에서 구입한 가격보다 높아야 하는 법, 한 번 가격을 정하면 길게는 한 달 동안 가격을 바꿀 수 없는 법, 퇴근 시간에 맞춰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술을 할인해서 팔 수 없는 법 등 가격에 관한 법도 다양하다.

판매뿐 아니라 소비에 있어서도 법이 엄격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돗자리를 펴고 한강 둔치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공원, 해변 등 공공장소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또한 대학교 기숙사 내에서도 공용 부엌이나 거실에서는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마시는 것뿐 아니라 뚜껑이 개봉돼 있는 술을 소지하는 것도 불법이다. 그래서 술을 구입하면 상점에서 보통 갈색 종이봉투에 술을 담아 주는데, 이는 이 술은 방금 구입한 술이고 뚜껑이 열려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1900년대 초반에 도입된 금주법이 있다. 미국은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약 14년 동안 술을 제조, 유통, 판매하는 것을 헌법으로 금지했던 적이 있다. 실제로 이 기간에 술 소비량이 대폭 감소하기는 했으나 암흑시장과 세수 부족 등의 문제로 금주법은 헌법에서 빠지게 된다. 그때부터 주류와 관련한 법은 각 주에 맡겨졌다. 여전히 음주가 죄악시되었던 시기였기에 각 주는 다양한 방법으로 주류 소비량을 제한하는 법을 강구했다. 그에 따라 금주법이 폐지된 이후 약 100년이 지났음에도 한국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특이한 법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서보영 美인디애나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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