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대부분 국가에 남아있는 세뱃돈 문화와 관련해 가장 특이한 문화를 가진 나라는 몽골이다. 웃어른이 아랫사람에게 돈을 주는 다른 나라와 반대로 몽골에서는 아랫사람이 웃어른에게 돈을 드리는 풍습을 갖고 있다. 웃어른은 돈을 받은 대신 다시 아랫사람에게 선물을 주면서 서로 주고받는 문화를 갖고 있다.
몽골의 설날인 '차강사르(Tsagaan Sar)'는 글자 그대로 풀이해보면 '하얀색 달'이란 뜻이다. 흰색을 신성시 여기는 몽골에서 설날 명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명칭이다. 실제 차강사르는 몽골에서 연중 최대 명절로 알려져있다.
차강사르 연휴기간동안 몽골 사람들은 집안 어른이나 평상시 아는 어른들의 집에 찾아가서 세배를 한다. 세배 방식은 '하득(Khadag)'이라 불리는 파란색 천을 들고가서 아랫사람은 아래쪽을, 웃어른은 위쪽을 잡고 서로 팔을 잡으면서 양쪽 볼에 뽀뽀를 하며 인사를 하는 방식이다.
차강사르 기간 동안에는 집안 가운데에 거대한 과자 탑을 홀수층으로 쌓아놓고, 양고기를 통째로 삶아 올려놓는다. 이후 인사하러 오는 사람들마다 대접한다. 홀수 층으로 쌓아 올려진 과자 층의 위에는 우유로 만든 아롤, 각설탕 등을 올려놓는다. 손님이 오면, 주인과 손님이 서로 팔을 위아래로 잡고 인사를 나눈 뒤 쌓여진 과자와 양고기를 조금씩 나눠먹는다.
이 세배 과정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이 세뱃돈을 아랫사람이 웃어른에게 드리는 부분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서는 웃어른이 아랫사람에게 세배를 받은 후, 답례로 세뱃돈을 받지만 몽골은 반대로 아랫사람이 웃어른에게 세뱃돈을 먼저 드린다.
세뱃돈을 받은 웃어른은 그대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답례품을 줘야한다. 보통 아랫사람이 준 돈보다 가치가 높은 가전제품 등 다양한 선물을 준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주로 장난감이나 학용품을 답례품으로 준다. 아랫사람이 웃어른에게 먼저 세배를 하고 돈을 주는 풍습은 충효사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몽골은 유목민 특성상 멀리 떨어진 친척들이 명절 외에 모이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돈과 답례품을 서로 맞바꾸는 형식의 세뱃돈 문화가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경우 세뱃돈은 원래 가족과 친지들끼리 주고받던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갈 수 없는 양반집 부인들이 집안 어른들에게 일꾼을 보내 대신 인사를 드리게 하면서 일종의 출장비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몽골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매해 화려하게 치르던 차강사르도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차강사르를 치르려면 기본적으로 과자탑을 7~9단으로 쌓고 고기만두를 3000여개 정도 준비해야하는데다 양도 2마리 이상 삶아 손님 맞이를 준비하는 등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몽골 정부가 추산한 차강사르 평균 차례상 지출 비용만 약 70만투그릭(약 27만원)이며 손님 접대 등 전체 비용을 따지만 150만투그릭(약 58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몽골의 지난해 평균 기업 월급이 200만투그릭(약 78만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한달 월급 전체가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특히 코로나19 전후 가파르게 상승한 물가는 몽골 서민들에게 차강사르 명절을 치르기조차 벅찬 경제상황으로 다가오고 있다. 몽골 정부에 따르면 2022년 물가상승률은 6월 16.1%까지 상승했다가 지난해 12월에는 7.9%대까지 떨어져 안정화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하지만 1~2%대인 낮은 경제성장률 대비 너무 높아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점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