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현대戰 패러다임 바꾼 'FPV 드론'

이코노미스트 "신화에 가까운 지위" 활약 보도
우크라이나 매달 수천 개 드론 생산

'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FPV)드론'은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을 가상현실(VR) 고글을 통해 전송받아 직접 드론의 조종석에 앉아 조종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드론이다. 고글을 쓰고 드론을 조종할 때 내가 탄 채 조종하는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기존 드론의 조작 방식은 멀리서 비행하는 드론을 눈으로 보면서 무선으로 조종하는 방식이어서 가시거리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FPV 드론은 기체에 장착된 카메라와 영상 송수신 장치를 통해 전송되는 실시간 영상을 고글이나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어 가시거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레이싱 스포츠를 위해 제작됐으나 이런 단점이 사라지면서 폭탄을 싣고 날아가는 살상 무기로 진화했다.

우크라이나의 아킬레스 부대원이 FPV 드론에 폭발물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FPV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주요 전장과 분쟁 지역에서 전면에 등장해 현대전의 패러다임을 바꾼 '게임 체인저' 병기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는 5일(현지시간) "전쟁 초기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FPV 드론은 현재 최전선에서 신화에 가까운 지위를 얻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FPV 드론의 활약상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통상 12~16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작전을 수행할 때 6명가량의 FPV 드론 조종사가 동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활약 중인 드론부대 아킬레스는 "최근 대당 300~500달러(약 40만~66만원)짜리 FPV 드론 몇 대만으로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중무기를 파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탱크나 장갑차를 활용한 기갑전, 포탄과 미사일을 쏟아붓는 화력전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전투원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FPV 드론은 불과 수백달러로 정확한 타격과 뛰어난 살상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처럼 전장에서의 파괴력을 체감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드론 생산을 늘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연내 FPV 드론 100만대를 생산키로 하고, 쓰지 않는 창고나 공장을 개조한 임시 드론 공장들이 곳곳에 생겨나 매달 수천개의 FPV 드론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생산된 드론들은 최전선으로 보내져 폭발물을 부착한 뒤 러시아군 참호나 장갑차 등을 향한 공격에 사용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FPV 드론에 대해 "전쟁의 기존 역학관계를 바꿀 수 있는 악몽 같은 무기"라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는 "폭발물을 부착해 원격조종 미사일처럼 사용되는 FPV 드론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라고 전했다.

정치부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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