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 법정 최고형 구형된 '건축왕', 법관 기피 신청

수백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이 구형된 이른바 '건축왕'이 판결 선고를 앞두고 담당 법관 기피신청을 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62)씨의 변호인은 최근 "담당 법관으로부터 공정한 판단을 구하기 어려운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인천지법에 법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변호인은 "담당 법관은 사건 심리 중 이번 사건과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와 깡통전세를 예로 들었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적의와 유죄 심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신청 이유를 밝혔다.

변호인은 현재 2개로 나뉘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A씨 연루 사건을 병합해서 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분리 기소 또는 쪼개기 기소로 피고인들은 같은 범죄에 대해 2개 형을 받을 위험에 처했다"며 "위헌적 상황이 명백한데도 담당 판사는 이에 대한 변호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담당 법관에게) 피고인들의 고의와 관련해 금융기관 사실조회 등 입증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고 간절히 호소했으나 (법관) 자신이 퇴직이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변론을 종결했다"며 "피고인들의 이익을 위한 병합도 거절했는데 이는 명백하게 불공정한 재판 진행"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17일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오는 7일 1심 선고를 한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는 각각 징역 7∼10년이 구형됐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 보증금 14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지난해 2∼5월에는 A씨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A씨 일당의 전체 전세사기 혐의 액수는 453억원(563채)에 달하지만 148억원 관련 혐의만 선고를 앞두고 있다. 추가 기소된 나머지 305억원(372채)과 관련한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다. A씨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천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유통경제부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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