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영국의 한 마을에서 야밤에 냉장고를 둘러메고 도로 위를 달리던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냉장고 도둑으로 오해를 받았지만, 경찰 확인 결과 이 남성은 당뇨병 환자를 위한 기부금을 모으려고 마라톤 훈련을 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29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은 지난 7일 영국 런던 북부 하트퍼드셔주 스티버니지에서 냉장고를 짊어진 채 도로 위를 달리던 다니엘 페어브라더(34)를 경찰이 붙잡았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가로막았을 당시 다니엘은 헤드랜턴을 켜고 차도 옆을 뛰고 있었다. 등에는 약 25kg짜리 냉장고를 멘 상태였다.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다니엘은 "런던마라톤 참가를 위해 훈련 중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에 붙잡힐 당시를 회상하며 "얼굴이 빨개지고 당황스러웠다"며 "경찰들이 내가 냉장고를 훔쳤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날은 그가 냉장고를 메고 달리기 시작한 지 이틀째였다.
다니엘이 냉장고를 메고 뛰는 이유는 오는 4월 열리는 런던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한 것이다. 다니엘은 이번 대회에서 '가전제품을 들고 뛴 가장 빠른 마라톤 기록'에 도전할 예정이다. 기존 기록은 영국 군인 샘 해먼드가 보유한 4시간 52분이다. 다니엘이 이 같은 도전에 나선 이유는 1형 당뇨병 환자 치료에 사용될 기부금을 모금하기 위해서다.
그는 "냉장고를 메고 달리는 일이 1만파운드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는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내 친구 샘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지만, 그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치료비를 지원할 수는 있다"며 "지난해 도전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더 크고 강해져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영화 '쿨러닝'의 팬이라 밝힌 다니엘은 쿨러닝에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이 사용했던 썰매 이름을 따서 냉장고 이름을 '탈룰라'로 지었다. 그의 목표는 영국당뇨병협회를 위한 기부금 1만파운드(약 1690만원) 모금이다. 그는 현재까지 1만파운드 가운데 4284파운드(약 725만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다니엘의 사연을 들은 경찰은 악수한 뒤 그를 응원했다. 하트퍼드셔주 경찰 관계자는 BBC에 "우리는 다니엘이 마라톤 훈련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며 건투를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