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은주기자
지난해 서비스업 생산이 증가한 반면 반도체 불황 여파로 제조업 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고금리 등 영향으로 소비여력이 줄어들어 소매판매도 2년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은 서비스업과 건설업에서 생산이 늘면서 전년보다 0.7% 늘었다. 전산업생산은 2021년(5.3%), 2022년(1.4%)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금융과 보험에서 생산이 늘어난 서비스업의 영향이 컸다.
반도체 불황의 여파로 광공업 생산은 직격탄을 맞았다. 광공업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3.9%) 감소 여파로 전년보다 3.8% 줄어들었다. 1998년(-6.5%)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부진했던 반도체 수출이 영향을 미쳤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3%로 3.5%포인트 하락했는데, 하락폭 기준으로는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8년(-11.5%포인트)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크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 반도체 수출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12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0.6% 늘었다. 반도체 재고는 20.9% 감소했는데, 이는 2001년 12월(-21.2%) 이후 가장 크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확대되면서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증가해 생산 회복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 생산도 0.6% 증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연초 부진했던 제조업 생산은 하반기로 갈수록 제조업 생산, 수출 중심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민간소비도 둔화세가 뚜렷했다. 소매판매는 1.4% 감소해 전년(-0.3%)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보였다. 소매판매 감소폭은 2003년(-3.2%) 이후 23년 만에 가장 컸다. 승용차 등 내구재(0.2%)는 판매가 늘었지만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8%), 의복 등 준내구재(-2.6%)에서 판매가 줄어들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고금리와 환율 등 영향이 소비 둔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복 등) 준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부분이 통계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소비 둔화 흐름이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블랙프라이데이 등에 따른 효과가 사라지면서 전달보다 0.8% 줄었다. 물가가 둔화하고 있지만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하방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자 부담이 높고 지출 부담도 상당해서 (소비 회복까지는) 구조적으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흐름이 좋지는 않아 보여 회복이 빠르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불황 여파로 설비투자도 5.5% 감소했다. 2019년(-5.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 친 것이다. 설비투자는 기계류(-7.2%), 자동차 등 운송장비(-0.4%) 등에서 줄었다. 지난해 12월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 증가로 전월보다 5.5% 늘었다. 건설투자 부진도 현실화하고 있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토목 등 공사실적이 늘면서 7.7% 증가했지만, 건설 경기의 향후 흐름을 보여주는 건설수주(경상)는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19.1%나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