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판매중단·조정…은행에서 ELS 사라지나

은행권이 최근 대규모 손실사태가 발생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대한 판매 중단 및 축소에 돌입했다.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불과 4~5년 만에 대규모 손실사태가 재발하면서 차제에 은행의 ELS 등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단 주장도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으며, 차후 시장 안정성 및 소비자 선택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 역시 이날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열어 오는 2월5일부터 모든 주가연계신탁(ELT), ELF 상품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신한은행 측은 “H지수 ELT 상품으로 손실 발생한 고객 사후관리 및 영업점 현장 지원에 집중할 것”이라며 “향후 소비자 보호 관련 제도, 상품 판매 관련 내부통제 등 재정비 후 판매제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은행 창구에서 ELS 상품은 빠르게 사라지는 추세다. 하나은행도 전날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키로 했으며, 이에 앞서선 NH농협은행이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원금비보장형 ELS 상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한 바 있다.

30일 국회 소통관에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이 국회의원들에게 보낼 탄원서가 놓여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우리은행은 닛케이 지수 기초 ELT의 손실 발생 구간(Knock-in Barrier·녹인 배리어)을 하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조정에 나선 상태다. 우리은행은 아직 상품 공급을 지속하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선 타 행처럼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는 아니다"라면서도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도 은행의 ELS 등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중단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인 2019년 말 금융당국은 은행에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고난도 금융상품이란 파생상품 내재 등 투자자의 이해가 어려운 상품으로, 최대 원금손실가능비율이 20%를 초과하는 금융상품을 일컫는다.

하지만 은행권은 이후 고객 보호를 전제로 판매 재개를 요청했고, 당국이 공모 ELS를 담은 ELT 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현재 상태에 이르렀다. 당시 각 은행에 부여된 판매한도는 ▲KB국민은행 12조9000억원 ▲하나은행 6조2000억원 ▲신한은행 5조9000억원 ▲우리은행 4조2000억원 ▲NH농협은행 3조2000억원 ▲SC제일은행 1조7000억원 등이다.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의 길이 다시 열린 셈이다.

앞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타가 이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국정감사 당시 옵션 매도는 리스크가 무한대인 만큼 은행이 개인에게 판매하는 것을 제한하자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라며 "이번엔 은행에서 (ELS) 판매를 중단해야 하고 최소한 불완전판매 시엔 고객에게 손해배상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조항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길성주 홍콩 H지수 연계 ELS 피해자 모임 위원장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법 제1조엔 '은행은 예금자 보호와 신용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면서 "ELS는 초고위험 투자상품이자 파생상품으로, 위험선호 투자자들이나 매수하는 이런 위험한 파생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행위는 은행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ELS 판매금지에 대해 "ELS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상품은 모두 위험성이 있다"면서 "(해당 문제를)종합적으로 보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고위험 상품이라도 구조에 따라 어떤 창구에서 하는 것이 실질적 소비자 보호에 맞는 것인지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경제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금융부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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