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윤기자
▲플로렌스 유키 리 개인전 'Let it sprout beneath my skin' =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미디어 작가 플로렌스 유키 리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 작품뿐만 아니라, 판화, 원화, 설치까지 선보이는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그는 일시적인 형상, 살아있는 경험, 그리고 시각적 은유를 구성하며,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아이디어와 영감을 찾아내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 간 다층적인 연결을 탐구한다.
홍콩 출신의 작가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과 런던 예술대학교에서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한 뒤 2021년 홍콩 시립대학에서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홍콩 M+ 미술관에서 의뢰받아 제작한 미디어 작품 ‘Park Voyage’가 홍콩 국제공항 입국장에 전시되며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
그는 유년 시절 놀이터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공원과 밀접한 오브제를 활용해 어릴 적 추억을 담아낸 작품을 선보인다. 놀이터는 현재에도 아이들에게 즐거움의 원천이자 놀이의 공간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외로움 또는 기다림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작가는 이러한 놀이터를 보며 가로등에 불빛이 켜지는 늦은 시간까지 엄마를 기다리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대비되는 상황에 놓여 있는 또 다른 자신을 대면하고 놀이터라는 공간이 그때의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완벽한 매개체라고 생각한 작가는 이것을 애니메이션, 설치, 드로잉 등으로 다양하게 풀어내 독특한 예술적 세계를 창조한다.
전시를 통해 관객은 하나의 장소 즉, 놀이터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자신의 유년 시절을 상기시키며 상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일상에서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보지 못했던 특별한 것을 찾아내는 기회를 마주한다. 작가는 "국적이 다른 모두가 내 작품으로 만들어진 장소를 통해 서로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2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아트사이드 갤러리.
▲나혜원, 변진 2인전 '미셀러니' Miscellany = 라흰갤러리는 나혜원, 변진 작가의 2인전 '미셀러니 Miscellany'를 선보인다. 전시는 삶으로부터 묻어나는 신변 소재들이 어떻게 독창적인 가치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전시는 서정과 지성에 토대를 두고 일상의 체험에 상상력을 동원하는 모범적 형식을 문학에서 발견하는데, 이는 사소한 것들을 헤아리는 섬세함으로 창작자의 체험을 드러내는 미셀러니(Miscellany·경수필)이다. 이처럼 ‘자기를 쓰는’ 수필적 발상과 형식을 통해 현실을 의미화하고 일상성을 일상성으로 극복하는 나혜원, 변진 두 작가의 시선을 담는다.
수필의 진정한 의미는 가까운 대상으로부터 존재 이유를 생각하고, 그것과 나의 관계를 관조적 상상력으로 형상화하는 데에 있다. 이와 같은 수필의 본질을 고려할 때, 두 작가의 작업은 마치 한 폭의 수필화처럼 자신을 문학화하는 서정을 풍긴다.
가령 내면에서 출발한 ‘나의 이야기’를 작가인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아 전달하는 것이나, 작가의 이야기가 마치 나비효과처럼 독자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측면은 수필적 발상과 형식에 걸맞다.
또한, 수필적 발상의 관건은 보이는 것 같지만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심상을 삶으로부터 길어내는 데에 있는데, 두 작가 또한 사실 차원의 체험을 열린 눈으로 표현함으로써 이 가치를 시각 예술의 맥락 안에서 선명하게 구현해낸다.
'미셀러니'는 이렇듯 삶의 이야기를 나름의 렌즈에 맞춰 그려내는 이들의 작업을 조명하고, 두 작가가 풍부한 반향을 지닌 그림의 힘으로 어떻게 관객 앞에 진지한 삶을 불러들이는지를 주밀히 살펴본다. 전시는 3월 9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50길 라흰갤러리.
▲신현국 기획초대전 = 갤러리인사아트는 ‘계룡산 화가’로 알려진 신현국(86) 화백의 초대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40여년간 화폭에 자연을 담아왔다. 산은 그에게 있어 평생의 주제다. 작가는 “산에서 배운다. 산처럼 의연하고 깊은 오묘함, 온갖 희로애락, 칼빛 바람마저 아우르며 당당히 하늘과 맞닿은 자존감, 수없이 그리며, 수없이 그 산을 헤매며, 하늘과 마주한 그 산을 배운다”고 말한다.
꽃과 풀, 바람까지 산의 모든 것은 작가에게 중요한 소재가 된다. 작가는 거인적 이미지의 산을 통해 생명체를 보듬는 생명의 기운이야말로 아름다움의 진면목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가 제시하는 아름다움은 바로 생의 기운이다. 산속에 깃든 생의 기운을 격렬히 표현함으로 미의 본질에 직입한다.
"순간적 감동의 일체감에서 갖는 기쁨보다 고뇌와 절실함의 매듭이 움직여간 흔적, 그 속에서나 자신을 응시하며 끝없는 시원(始原)을 꿈꾼다"고 말하는 작가는 생명체의 터전으로서 산의 이미지를 거인과도 같은, 결코 허물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감으로 귀결시킨다. 이를 통해 그는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완결시킨다. 전시는 2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56 갤러리인사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