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교기자
공무원연금공단이 올해 5조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의 여유자금을 굴리기로 했다. 2022년 마이너스였던 기금 운용 수익률을 지난해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넉넉해진 곳간 덕분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투자, 해외투자, 대체투자 운용 규모를 각각 1대 1대 1로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29일 공무원연금에 따르면 올해 여유자금 운용 규모를 4조9101억원으로 확정했다. 2023년(4조4457억원)보다 10.4% 늘어난 규모다. 여유자금은 공무원연금이 기금 증식을 목적으로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돈을 뜻한다. 여유자금 운용 규모는 2020년 3조3114억원에서 이듬해 2조8708억원으로 하락했다가 2022년 4조4617억원으로 반등했다. 지난해는 소폭 감소했고, 올해 5조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가 됐다.
여유자금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은 넉넉해진 곳간 덕분이다. 공무원연금의 수익률은 2022년 -4.4%에서 지난해 7.3%(11월까지 집계 기준)로 반전에 성공했다. 공무원연금의 금융자산은 2022년 말 기준 6조2163억원이었기 때문에 7.3%의 수익률을 적용하면 약 4500억원의 연간 운용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덕분에 금융자산 규모도 8조4366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여유자금 투입 등을 더해 자산 규모가 1년 만에 2조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아직 수익률이 최종 집계되지 않은 2023년 12월까지 포함하면 공무원연금의 운용 수익과 금융 자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2월은 '산타 랠리'가 이어지며 증시 분위기가 좋았던 시기다. 자산군별로 보면 글로벌과 국내 증시의 훈풍에 힘입어 주식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주식 수익률은 16.8%로 가장 높았다. 2022년 주식 수익률(-18.9%)과 비교하면 완전히 반전된 셈이다. 대체투자(6.1%)와 채권(4.5%)이 뒤를 이었다.
공무원연금은 다른 연기금·공제회와 마찬가지로 고령화 추세로 늘어나는 연금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미래의 곳간을 채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퇴직급여 지출 규모는 2023년 19조8000억원에서 2027년 27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8.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연금은 곳간을 늘리기 위한 수익률 제고를 위해 중장기 목표로 해외·대체투자를 늘린다는 것이 목표다. 현재 주식과 채권 등 국내 금융자산 투자 비중은 43%이며, 해외(주식·채권)는 24%, 대체투자는 33%다. 이를 2027년까지 국내 33%, 해외 33%, 대체투자 34%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른바 '1대 1대1(국내:해외:대체투자) 전략'이다. 여러 바구니에 골고루 담는 '분산 투자'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인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중점적으로 해외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며 그동안 전액 위탁 운용만 해왔던 해외주식의 경우 전체 운용 규모 가운데 30% 정도를 직접 운용할 계획이다. 자금 운용 시 소요되는 부가적인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공무원연금 관계자는 "위탁 운용은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변화하는 시장에 대해 탄력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의사결정 시간을 줄이고 상황 변화에 따라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올해부터 처음으로 직접 운용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공무원연금은 올해 국내 총선, 미국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가 투자 여건과 맞물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022년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당시에도 두 자릿수 수익률(10.2%)로 수익률 방어의 전면에 있었던 대체투자 역시 중요한 투자 부문으로 보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잠실 삼성SDS타워 투자를 통해 지난해 35%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는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위기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사모 부동산 대출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22년 취임한 백주현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연금에 들어오기 바로 전에 삼성생명 대체투자부장으로 업무를 담당했었다. 국민연금(13.4%)과 비교해 대체 투자 비중이 훨씬 높은 공무원연금의 대체투자 부문 성과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