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돈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피의자의 신상을 비공개한 것에 대한 비판에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이 "수단의 잔인성과 범죄의 중대성이 미흡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의 부실 수사 의혹 제기에도 "경찰들을 위축시키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우 청장은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습격범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통상 기존에 신상 공개를 했던 사건들에 비해 수단의 잔인성이나 범죄의 중대성이 다소 미흡하지 않냐, 이런 얘기가 내부적으로 신상공개위 위원들 간에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9일 신상 비공개 결정을 발표할 당시 신상공개위 위원들의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김교흥 행안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6년 5월 발생한 커터칼 피습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에는 피의자 신상을 공개했는데, 이번에는 칼을 갈아 아예 죽이려고 찌른 것인데 어떻게 공개를 안 하느냐"고 따지자 우 청장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은 신상공개 관련 법률이 생기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 시점적으로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해식 민주당 의원이 "신상공개위에서 결정한 것이니 부산경찰청은 책임이 없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우 청장은 "책임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관련 법령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날 함께 출석한 윤희근 경찰청장도 "계속 문제 제기하시는 신상 공개와 당적이라든지 여러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못 하게 돼 있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상공개위의 결정을 무조건 존중하느냐는 이형석 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위원회 결정을 경찰이 임의로 번복했던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아울러 민주당 의원들이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 공세를 펴자 우 청장은 "수사본부 직원들이 열흘간 퇴근도 못 하고 적극적으로 수사했다"고 일축했다. 윤 청장 역시 "부산수사팀에서 최선을 다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발표했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또 우 청장은 범행 직후 현장을 물청소한 것은 범행 현장 훼손과 증거 인멸이라는 민주당 측의 주장에 "부산 강서경찰서장이 현장에서 과장들과 의논해 결정했는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범인이 검거됐고 증거물이 충분히 확보됐고 방송사, 당직자, 지지자 등이 다 있어 현장을 보존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상황 보고서에서 사건을 축소했다는 민주당 측의 의혹 제기에도 "현장 경찰관들이 그 급박한 상황에서 흉기를 과도로 판단한 것인데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칼이 정확하게 뭔지, 용어를 어떻게 선정해야 하는지 등 사전적 의미까지 현장 경찰관이 판단해 보고하라고 하면 위축돼 어떻게 활동하겠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