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6개월 출산휴가…월급? 나옵니다, 대체근무자? 투입됩니다[K인구전략]

(19)한국페링제약, 휴직 후 복귀 사례자 인터뷰
“상사 적극적 권유에 26주 출산휴가 사용”
“복귀 후 유연·재택근무 자율, 더 열심히 일해"

편집자주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친화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i>“아이가 아직도 ‘아빠~’하면서 우는 건 6개월간 경험 덕이죠.”</i>

한국페링제약에서 근무하는 서보영씨(36·남)는 지난해 출산휴가 겸 육아휴직을 26주간 사용했다. 2022년 9월 아이가 태어난 직후 아내가 먼저 6개월을 쓰고, 자신이 연이어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 썼다. 이 기간 덕분에 아이는 요즘도 울면서 ‘엄마’가 아닌 ‘아빠’를 찾는다고 전했다.

한국페링제약에서 근무하는 장현수 부장은 지난해 셋째 아이가 태어났다. 장 부장이 페링제약이 근무하며 낳은 세 번째 아이다. 셋째 아이가 태어난 뒤 온 가족이 육아에 함께 참여해 엄마 뿐만 아니라 아빠, 누나, 형 모두의 돌봄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중이다. 페링제약은 올해 셋째 출산을 앞둔 여성 부장도 1명 있다. (사진=한국페링제약 제공)

서씨는 “아내가 자영업을 하고 있어 당시 빨리 복귀를 해야만 했다”면서 “처음에 제도가 도입될 때 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막상 먼저 쓰겠다고 말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서씨는 회사에서 26주간 월급 전체를 보장해주는 휴가 제도 덕분에 장기간 출산휴가를 쓸 결심을 했다. 한국페링제약은 육아휴직 기간에 기존에 받는 월급 수준을 그대로 보전해준다. 정부에서 지급되는 기본적인 육아휴직 급여에 회사가 더 보태는 방식이다. 휴가는 남녀 구분 없이 모두 사용 가능하다.

대표와 상사의 적극적인 권유도 결정하는 데 한몫을 했다. 서씨는 “두 분이 먼저 저한테 이 제도를 쓰면 되겠다고 해주셔서 저도 기꺼이 쓸 수 있었다”면서 “회사 내근직 중에서 가장 처음 쓰게 됐다”고 말했다.

아빠와 함께 어린이집 첫 등원

서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적응시키는 역할도 맡았다. 그는 “어린이집 등원을 저랑 같이 시작했는데 제대로 앉지 못할 때 가게 돼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다행스럽게도 잘 적응해서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일하면서 얘기로 전해 들어선 감사함의 크기가 달랐을 것이란 게 서씨의 설명이다. 집에서만 하는 육아가 힘들어 아이와 문화센터도 같이 다니고 동네 주변 산책을 자주 한 경험도 육아의 어려움을 체득하는 계기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아이와 단둘이 고향을 방문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는 “아빠 혼자 아기를 안고 기차를 타자 할머니들이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셨다”며 감사했지만, 힘들어도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고향의 부모님께서는 속으로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는데’ 같은 걱정을 좀 하셨던 것 같지만, 회사에선 휴직 전에도 복직 후에도 그런 분위기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특성상 이직이 잦지만, 서씨는 출산휴가 후 오히려 회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한동안은 아무 생각 안 하고 회사에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체 근무자와 한 달간 인수인계 주고받아

한국페링제약에서 근무하는 이승원씨(41·여)도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출산휴가 3개월까지 합쳐 약 1년간 휴직하게 되자 회사는 대체근무자를 채용했다.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근무 기간 평가가 좋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씨는 “휴직 한 달 전에 대체근무자를 뽑아서 인수인계를 했다”면서 “상세하게 인수인계 계획서를 써서 전달하고, 업무를 보다 세분화하기도 했다. 시뮬레이션 과정도 거쳤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인 정상민 차장은 평소 둘째 등원을 직접 맡아서 한다. 초등학생인 첫째의 등원은 엄마가 맡고 있다. 어느 날씨 좋은 날,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둘째와 여유롭게 등원을 하며 찍은 사진. (사진=한국페링제약 제공)

복직 후에는 반대로 대체근무자에게 한 달간 인수인계를 받았다. 그는 “덕분에 저도 좀 더 편하게 복귀를 할 수 있었다”면서 “당시 신규입사자 트레이닝을 할 때여서 함께 들으면서 그동안 시스템이 바뀐 부분에 대해서도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대체근무자가 채용되면서 이씨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를 나눠주고 떠나면 동료들에게 심적으로 굉장히 미안한 데 당연히 대체근무자를 채용할 것이라고 안내를 받았다”면서 “어떤 대체자를 뽑을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물어봐 줬고, 해당 인력이 어떤 일에 집중해야 하는지 등을 전달할 시간도 충분히 주어졌다”고 했다.

육아휴직 후 복직한 이승원씨는 "대체근무자가 채용된 덕분에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씨가 한국페링제약에서 판매하는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현주 기자)

이씨는 육아휴직 복귀 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산휴가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팀 직원도 1년간 (휴직을) 쓰고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임신을 알게 됐을 때 나도 쓰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출산휴가를 다녀온 뒤에는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충만했고, 배려해주신 게 있으니까 좋은 퍼포먼스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돌아와서도 ‘적응을 잘했구나, 회사에 기여를 했구나’라는 만족감과 효능감을 느꼈다”며 “계속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됐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5학년과 5살 두 아이를 돌보고 있는 이씨는 일주일에 2번 재택근무, 2시간 휴가 제도 등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히려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여서 자신의 고유 업무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 근무를 하든지 자기가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회사에서 근무를 해도 잠깐 외출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재택근무는 직원을 믿고 그만큼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해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호 신뢰를 기본 토대로 성과로 보여줄 수 있다는 마인드가 있어서 대체로 재택근무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정치부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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