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장애인 앵커' 출신 홍서윤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부위원장과 장애인 당원들이 동반 탈당했다. 홍 부위원장 등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노무현 정신'이 사라진 채 장애인 당원들을 철저히 소외했다고 비판하면서, 미래대연합 합류를 선언했다.
홍서윤 부위원장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고관철 부위원장과 이춘우 전 부위원장, 이샛별 전 금천구장애인위원장, 임세이 허니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등도 함께 탈당했다. 홍 부위원장은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위선과 껍데기만 남은 부끄러운 정당이 됐다"며 "우리 장애인 당원 모두는 민주당을 떠나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 통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극복해야 할 역경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던 발언을 상기하며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 하나로 정치를 결심했지만, 민주당에는 이제 노무현 정신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상식적인 정치인을 배척하고, 신인 정치인을 조리돌림하며, 정치 도전자들 앞에 위선과 탈당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공천권만 휘두르는 분열의 정치를 조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일갈했다.
홍 부위원장은 탈당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장애인위원회는 민주당에서 소외돼 왔던 당원들로, 사회가 장애인을 배제하고 소외하는 방식 그대로 (당에서도)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며 "(오늘 발표한) 명단 10명 외에도 장애인 당원들이 탈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자신 또한 '3급 장애인'이라고 강조했던 점을 언급하며 "당 대표 취임 이후 (장애인위원회와) 단 한번도 간담회를 가져본 적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최근 고(故) 조연우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장이 작고했을 당시 당 차원에서 아무런 공식적 애도를 표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깊은 소외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홍 부위원장은 "부고 이후 당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에 부고를 전했지만, (애도를 표하는) 어떠한 공식적인 리액션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고관철 부위원장은 "당에서 장애인 당원들을 인식하는 시각이 참담하다 못해 처참할 지경"이라며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탈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래대연합 합류 여부는 아직 고민 중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회견에는 조응천·박원석 미래대연합 공동 창당준비위원장도 함께 했다. 조응천 위원장은 "(홍 부위원장이) 회견문을 작성하면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해줬다"며 "앞으로 함께 하면서 눈물 흘릴 일 없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홍 부위원장은 2013년 두 번째로 KBS 장애인 앵커에 발탁된 바 있다. '박지현 비대위' 체제에서 대변인을 맡았고, 당 청년대변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장애인문화예술원 비상임이사, 한국교통안전공단 비상임이사 등을 지내면서 '무장애 관광' 등 정책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21대 총선 당시에는 비례대표 후보로 지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