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예상 웃돈 소비·국채금리 상승에 하락 출발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7일(현지시간) 국채 금리 상승 여파로 장 초반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개장전 공개된 미국의 소매판매도 예상을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높은 수준의 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에 더욱 힘을 실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전 9시40분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36% 내린 3만7226선에서 거래 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0.74% 낮은 4730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1% 하락한 1만4762선을 기록 중이다.

현재 S&P500지수에서 헬스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업종이 모두 하락세다. 특히 기술, 임의소비재, 통신 관련주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테슬라는 중국에 이어 독일에서도 모델Y의 가격을 인하한다는 소식에 전장 대비 2%이상 내렸다. 아이폰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진 애플 역시 1%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주 실적 발표를 앞둔 엔비디아는 2.16%, 아마존은 1.23% 낙폭을 기록 중이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에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니오, 텐센트 등도 일제히 하락세다. 스피릿항공은 전날 미 연방법원이 제트블루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면서 이날도 20%가까이 급락 중이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투자자들은 이날 공개된 미국의 소매판매 지표, 국채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하면서 향후 Fed의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하고자하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0.4%)를 웃도는 수준이다. 소매판매 지표는 미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이자 종합적인 경제 건전성을 평가하는 척도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소비자 지출이 여전히 탄탄한 수준을 나타내면서 당분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매파 목소리에도 힘을 싣고 있다. 전날 Fed 내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도 브루킹스연구소 행사에서 "이전까지 많은 사이클에서 금리 인하는 비교적 빠르고 큰 폭으로 진행됐으나, 이번 사이클에서는 빨리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상태다. 모건스탠리의 크리스 라킨 전무이사는 "Fed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강조해왔다"면서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강했던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그은 것은 Fed 만이 아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접근 방식을 거듭 강조하면서 금리 인하가 올해 말에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앞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한 ECB 정책의원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라우 역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 너무 이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현재 Fed가 1월 동결 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59%가량 반영 중이다.

이는 국채 금리 상승세로 이어졌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11%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38%선으로 올랐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0.2%이상 오른 103.6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1%가까이 하락한 15.3선을 나타냈다.

이날 오후에는 Fed의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이 공개된다. Fed가 금리 결정 시 참고자료로 쓰는 만큼, 베이지북 안에 담길 경기 진단과 물가 판단 등에 눈길이 쏠린다. 앞서 Fed는 11월 말 공개된 베이지북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역 전체에 걸쳐 크게 완화됐다는 진단을 내놨었다. Fed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도 이날 공개 발언에 나설 예정이다.

기업 실적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매체는 4분기 실적이 2024년을 좌우할 수 있는 시장의 다음 주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부치바인더 최고자산전략가는 "2023년은 밸류에이션 개선으로 큰 이익을 얻은 해였고, 올해는 실적이 큰 부담을 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투자자들은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GDP 등 경제지표도 주시했다. 앞서 아시아증시는 중국 경제 부진우려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유럽증시도 하락세다. 독일 DAX지수는 1.20% 내렸다. 영국 FTSE지수는 1.88%, 프랑스 CAC지수는 1.48% 낙폭을 보이고 있다.

국제부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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