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로 2억 벌고, 일당 30만원 막노동…흙수저 청년 성공담의 불편한 진실

궂은 일로 성공한 '배달의 왕' 등 잇단 보도
"취업난 속 '하방' 유도" 해석도

중국 언론이 궂은일을 하며 재산을 모은 청년들의 사례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중국 청년들에게 '하방'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연합뉴스는 중국 펑파이신문이 지난 13일 초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한 20대 청년이 배달 기사로 일하며 3년 만에 102만위안(약 1억9000만원)을 벌었다는 보도를 했다고 전했다.

배달기사로 3년간 2억 번 '배달의 왕'<br /> [사진출처=연합뉴스 펑파이신문 캡처]

매체는 올해 26살인 천쓰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80만 위안(약 1억5000만원)을 빌려 고향인 장시성 푸저우에 음식점을 차렸으나 5개월 만에 큰 손실을 보고 문을 닫은 후, 상하이로 가 배달 기사로 일했다. 천쓰 씨는 "큰 도시로 가면 분명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2019년 상하이로 갔다"며 "식당 주방에서 일하며 1만3000위안(약 242만원)의 월급을 받았지만 배달 기사가 더 많이 버는 것을 보고 1년 만에 배달 일에 뛰어들었다"고 매체에 말했다.

그는 "하루 3시간 만 자고 남은 시간은 오직 배달에만 매달려 하루 180∼200건을 처리했다"며 "그게 가능하냐며 의심하는 사람도 많지만 상관없다. 어쨌든 나는 해냈다"고 말했다. 매체는 그가 갖은 고생 끝에 '배달의 왕'으로 불리며 큰돈을 벌어 빚을 모두 갚았다고 전했다. 또 고향에서 집을 장만하느라 받았던 대출금도 대부분 갚아 10만 위안(약 1860만원)만 남는 등 재기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하이바오신문도 지난 15일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 일을 해 7년 만에 빚을 갚고 집까지 장만한 셰언쑹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현재 30대인 그는 안후이성 출신으로 18살 때 산둥성 지난에서 벽돌을 쌓는 미장 일을 배웠다. 이후 2년 만에 자동차를 샀고, 7년 뒤에는 부모 빚을 모두 청산했으며, 집까지 장만했다. 그는 "세식구가 매달리면 보름 동안 재료비까지 합쳐 4만위안(약 744만원) 안팎을 벌 수 있다"며 "하루 일당이 2000위안(약 37만원) 정도 돼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낫다"고 매체에 말했다.

또 다른 중국 매체 구파이신문은 올해 21살인 자오모 씨가 가업인 폐품 수집상을 이어받아 평범한 직장인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그가 한 해 20여만위안(약 4000만원)을 벌고, 일이 끝나면 헬스장에 가 복근을 만드는 데 열중한다고 전했다. 또 자오모 씨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친구를 찍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고 "폐품을 수거하는 궂은일이지만, 여자친구를 사귀는 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현지 누리꾼은 "직업에 귀천이 없고, 노력만 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 "고된 일이 어설픈 직장인보다 더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다",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젊은이의 귀감이 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제 부진과 역대급 취업난으로 중국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러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것에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 당국은 취업난이 지속하자 청년들을 풀뿌리 간부나 자원봉사자로 일하게 하는 농촌 일자리 제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정책은 문화대혁명(1966∼1976년) 때 마오쩌둥이 노동을 통해 학습하고 농촌에서 배우라며 지식인과 학생들을 강제로 농촌으로 보냈던 하방 운동과 유사해 '신하방(新下放)'으로 불린다.

이러한 정책은 당면한 취업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밑바닥 성공 사례'를 잇달아 부각해 청년층의 '링훠취업(靈活就業·정규직이 아닌 자유직 종사)'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슈2팀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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