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최근 한파가 덮친 미국 일리노이주 대도시 시카고가 '전기차 무덤'으로 변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전기차 주행 성능이 급격히 떨어져 갑작스럽게 멈추는 일이 비일비재한 탓이다. 거리에는 방전된 차량이 견인차에 끌려가는 상황도 쉽게 목격된다고 한다.
미 NBC 방송 시카고 지역 뉴스는 16일(현지시간) 현지 '애버그린파크' 충전소에 몰린 전기차 행렬을 집중 조명했다. 2시간 넘게 충전소 앞에 줄을 서고 있다는 한 시민은 매체에 "(충전)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충전 포인트를 찾으려면 수 시간 넘게 걸린다"라고 토로했다.
시카고는 최근 갑작스러운 한파를 맞이해 기온이 영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전기차 주행 성능도 급감하면서 차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운전 중이던 전기차가 갑자기 방전돼 견인차를 부르는 상황도 흔히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전기차 성능 저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신차 구매자의 50% 이상이 전기차를 택하는 '전기차 왕국' 노르웨이의 자동차 연맹에서 앞서 겨울철 전기차 주행 성능 저하 수준을 조사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추운 날씨에 전기차의 주행 거리는 평균 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자동차의 히터를 최대로 가동했을 경우엔 무려 40% 감소한다.
특히 최근 전기차 업체끼리 '가격 경쟁'이 불붙으면서, 원가 절감을 위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도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된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 대비 20~30%가량 저렴하지만, 기온이 낮을 때 에너지 저장 성능은 더 떨어진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갑자기 한파가 몰아닥칠 때 전기차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노르웨이 자동차 연맹 측은 NBC 방송에 "집에 충전기를 보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차를 타고 나갈 경우 고속 충전기가 어디에 있는지 숙지해야 한다. 겨울엔 항상 미리 계획을 세우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