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진기자
“이런 땅들이 또 있는지 업무하며 짬이 날 때마다 찾고 있어요. 비슷한 조건에서 유사 사례가 또 발견되면 그때는 서울시에 협조를 요청하고, 타 구청에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청에 근무하는 손일영 주무관(지적관리팀장)은 지난달 48년 동안 숨어 있던 서울시 땅 826㎡(공시지가 9억6000만원 상당)를 찾아내고, 서울시 땅으로 귀속시킨 일화가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과거 보상을 마치고 서울시가 수용한 도로였지만 행정착오로 등기가 되지 않아 수용 이전인 1975년 당시 소유자의 자손에게 다시 넘어갈 뻔한 토지를 되찾은 것이다.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공무원의 끈기 있는 일 처리로 되찾아 온 사례다.
더구나 해당 토지가 포함된 지역은 트리플 역세권에다 최근 모아주택 사업이 활발히 추진 중인 곳이어서 땅값이 치솟을 수 있는 지역이다. 이 공로로 손 팀장은 지난달 성북구 적극행정 우수 공무원에 꼽히기도 했다.
17일 만난 손 팀장은 “유사사례가 또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 과거 행정구역 변경으로 지방자치단체 간 소유권이 이전된 성북구 경계지역의 토지 소유현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파악한 업무처리 경험에 비춰보면 비슷한 사례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손 팀장이 되찾은 땅은 과거 동대문구 신설동의 도로(1338㎡)였는데 1975년 행정구역 변경 과정에서 종로구 숭인동(512㎡)과 성북구 보문동(826㎡)으로 토지 분할된 직후 보문동 등기가 누락돼 땅 주인이 분명하지 않던 사례였다.
토지대장에는 서울시로부터 이 땅을 보상받은 A씨의 이름이 여전히 등재돼 있었다. 부동산 등기가 존재하지 않자 A씨의 손자가 ‘조상 땅 찾기’를 통해 이 땅을 발견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요구했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었다.
당시 팀원이었던 손 팀장은 2021년 10월 이 소송을 직접 수행하다 이 땅이 서울시 수용도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문을 가졌다.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석 달 만에 사실을 밝혀냈고, 1년여 만에 A씨 후손이 국가를 상대로 냈던 소송 취하를 이끌어냈다.
손 팀장은 “나라의 재산을 지키는 건 공무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과거 자료를 찾아 밝혀내는 일은 녹록지 않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밝히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담당업무가 아니라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50여년 전 당시 토지 소유자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토지 보상 영수증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자료를 직접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서울기록원 측의 도움이 컸다”며 “구청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당시 업무에 협조했던 서울북부지방법원 등기국에도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