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2024 CES의 혁신, 한국에 어떤 의미인가

매년 1월이 되면 마치 정례적인 의식처럼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관련 기사가 넘쳐난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주요 언론사 대부분은 CES와 관련한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대규모 기자단을 파견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기사를 보면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로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내용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가장 좋은 자리에 대규모 전시관을 만들어 새로운 제품과 기술력을 과시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관한 기사를 읽다 보면 국민으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고, 적당한 ‘국뽕’에 취해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몇 년 전 LG전자가 돌돌 말리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개발해 이를 활용하여 제작한 롤러블 TV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보면서 느꼈던 충격과 경외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언제부터인가 기업 관계자는 물론 정부, 국회, 지자체,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1월이 되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몰려간다. 수요가 몰리는 만큼 인천과 라스베이거스를 연결하는 직항편 항공요금은 까마득하게 치솟는다. 아마 CES 방문객 숫자로 따지면 한국 사람이 제일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올해 방문자들은 전체 참가자의 절반이 한국인 같다는 감상을 전해온다. CES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합해 781개로 집계되어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광역지자체도 부스를 마련해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 되었다.

이쯤 되면 ‘한국에 CES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진다. 아마 가장 많은 대답은 첨단 기술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생존과 혁신을 위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라는 내용일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대한민국은 가장 빠르게 기술 발전을 이루고 혁신제품을 끊임없이 내놓는 국가가 돼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왜 그렇지 않은지 궁금해진다. 각 분야를 망라하는 많은 사람이 매년 CES에서 혁신의 세례를 받고 오는데 그 효과는 정작 대한민국에서는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것일까.

지난 12일 막을 내린 CES에는 4295개의 업체가 참가했으며, 참석자는 약 13만명으로 집계됐다. 엄청난 규모이지만 참석자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CES는 2018년의 18만명과 비교해 보면 30% 가까이 줄었다. 참석자 규모의 감소가 CES 행사를 통한 네트워킹과 홍보 효용성 감소의 지표인지 궁금해진다. 각종 행사에 직접 참여하거나 경험하는 것이 효과적인 학습 수단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대규모 행사장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흥분감은 변화를 위한 인식의 전환에 있어 좋은 자극이 된다. 평소 만나보기 힘들었던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서 정보를 교환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것 역시 기대할 수 있는 효과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CES에 쏟는 관심과 열정은 그만큼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많은 업체가 참석하여 자신들의 최신 기술을 전시하고, 미래에 대해 최고 경영진이 자신들의 판단에 관해 이야기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CES와 같은 대형 박람회를 제외하고는 어렵다. 많은 사람이 비용과 시간을 부담하면서도 매년 CES에 참석하도록 하는 것은 기술 변화의 흐름을 생생하게 지켜보고, 업계 관계자들과의 특별한 네트워킹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경영진의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다는 기대일 것이다. 이러한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1월의 이런 경험이 남은 한 해 동안 어떻게 개인과 기업의 변화를 끌어내는지에 대해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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