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기자
다음 주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4’의 핵심 테마는 ‘전 산업의 인공지능(AI) 융합’이다. CES 역사상 처음으로 화장품(로레알) 기업 대표가 기조연설자로 참여한다. 화장품에도 AI가 접목되는 시대다. 남녀노소 누구나 신는 신발도 예외는 아니다. 아날로그 방식의 신발 제조공정에 AI가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AI는 빠르게 바뀌는 유행에 대응해 신발을 디자인하고 맞춤형 공장을 추천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준다. 국내 유일한 슈즈 테크 기업 ‘크리스틴컴퍼니’가 스마트 신발 제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사진)는 지난해 1월 스마트 신발 제조 솔루션 ‘신플’을 론칭했다. 신플은 제조-유통-물류까지 신발 제조 공정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도와주는 솔루션이다. 신플을 활용하면 신발 제조공정을 기존 6개월에서 2개월로 줄이고, 비용은 30~50% 감축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이키 제품을 생산하는 TKG태광(태광실업)으로부터 지난해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는 등 누적 투자금이 140억원에 달할 만큼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신발 사랑’은 어릴 적부터 시작됐다. 부모님은 부산에서 신발 자재를 납품하는 사업을 했다. 부산은 전국의 신발 제조공장의 절반가량이 몰려있다. 신발끈 만드는 공장부터 밑창 만드는 공장까지 100여가지가 넘는 세부 공정으로 나뉜다. 이 때문에 신규 패션업체들이 신발을 생산하려면 녹록지 않은 구조다. 이 대표는 "기존 신발 제조공정은 비효율적이고 정보의 불균형, 카르텔 문제도 있었다"며 "전국 500여개 이상의 공장과 협업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7년간 전국을 돌면서 섭외한 협업 공장은 크리스틴컴퍼니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공장과도 협력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틴컴퍼니는 패션업계뿐만 아니라 네이버 등 IT기업들과 기술 교류를 하고 있다. 국내외 최신 트렌드와 빅데이터를 분석해 네이버쇼핑 셀러들에게 제공하고, 원하는 신발 모델 사진을 업로드하면 제조 비용까지 자동으로 계산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발맞춘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 적합한 방식이다.
이 대표는 "슈즈 패션 업계에선 젊은 디자이너 확보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우리는 디자인 특허에 저촉되지 않는 신발 IP(지식재산)를 2000여개 보유하고 있어 시장 대응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체 신발 브랜드 ‘크리스틴(KRISTIN)’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AI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해 론칭한 브랜드인데, 에비뉴엘 명품관에 입점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에는 로봇을 활용한 신발 제조 과정을 보여주는 컨셉으로 부산과 서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CES 2024에 참여해 글로벌 브랜드사들에 신플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신발 제조공정을 맡길 아시아 공장을 찾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사들의 고충을 ‘신플’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