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마음을 헤아리는 '관계의 언어'<4>

편집자주마음 헤아리기 역량을 키우는 것은 '인내의 창'을 넓히는 것과 같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문요한 작가는 이를 위해 몸을 진정시키는 '그라운딩(grounding)' 기법을 사용해 자신을 안정화할 것을 권한다. 또 마음에 거리를 두기 위해 자신의 자동적인 판단이나 느낌에 '~구나!'를 붙여보는 '마음챙김 혼잣말 연습'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때 '마음이 마음을 관찰하는' 자세를 통해 메타의식과 조망수용의 힘을 키울 수 있다. 또 적극적인 질문, 작은 관심 표현하기 같은 대화의 기술과 더불어 '자기친절에 기반을 둔 자기대화 건네기' 같은 자기돌봄의 기술도 마음 헤아리기 연습이 된다. 글자 수 1038자.

인간의 행동은 생각 이상으로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다른 문화권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코란을 암송하고 있을 수도 있고, 친구를 만날 때마다 볼키스를 할 수도 있다. 다른 문화권을 예로 들 필요도 없이 시간만 거슬러 태어났어도 당신의 생각과 행동은 지금과 엄청 다를 것이다. 당신이 고작 100여 년 전에 태어났다면 출생 신분에 따른 차별은 당연하고 부모님이 주신 머리카락은 절대 잘라서는 안 된다고 여길 것이다. 이렇듯 유전적으로 똑같은 사람도 어떤 문화에서 살아왔느냐에 따라 정신 구조가 크게 달라진다. 우리는 대개 문화의 차이를 민족, 나라, 지역 등 아주 큰 단위로만 생각하고 가족이나 개인 간의 차이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차이는 사뭇 크다. 어느 집은 부모가 자녀의 방에 노크 없이 들어가는 게 아주 자연스럽지만, 어떤 집은 반드시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중략)

상대의 말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왜 그럴까?'라고 궁금해하지 않고 '어떻게 저럴 수가!'라며 어이없어하거나 화를 낸다. 그러나 상대가 다른 문화권의 외국인이었다면 어떨까? 문화가 다르니까 생각과 행동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고는 맞다 틀리다 따지기보다는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문화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 우열을 판단하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태도가 '문화상대주의'다. 이제 이것을 개인에게도 적용해야 할 때다. 개인화 시대에 한 사람은 곧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가족 안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학습되고 축적되고 적응해온 방식들이 있다. 상대의 문화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기 전에 맥락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개인 간에도 문화상대주의적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면 서로의 차이는 어떻게 느껴질까? 이때 '상대의 마음을 잘 모른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마음 헤아리기는 상대의 마음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 마음에 관심을 기울일 때,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할 때 계속 작동될 수 있다.

-문요한, <관계의 언어>, 더퀘스트, 1만7000원

산업IT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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