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마음을 헤아리는 '관계의 언어'<2>

편집자주자녀와 안정적인 애착을 맺는 부모, 시간이 갈수록 사랑이 깊어가는 커플, 서로 힘이 되어주는 친구, 일터에서 잘 소통하고 협력하는 사람…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눈치를 보고 어림짐작하는 게 아니라, 말과 행동, 상황과 맥락을 살피며 '마음을 헤아리는' 대화를 통해 상대를 이해한다. 마음 헤아리기 능력은 성인의 애착 유형과 관련이 깊다.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미러링(반영)'해 '이것이 너의 마음'임을 보여주면서 아이는 상호적 관계의 토대를 안정적으로 형성해간다. 그렇다면 안정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은 마음 헤아리기를 할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되어가는 존재'인 인간은 제2의 애착 대상을 만나거나 독서, 글쓰기 등 부단한 자기성찰로 '획득된 안정 애착'을 이룰 수 있다. 글자 수 914자.

이 실험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엄마의 무표정한 모습을 견디다 못하고 어떻게든 엄마의 반응을 끌어내려는 아이의 행동이다. 아이는 온몸으로 엄마의 관심을 끌려고 애쓴다. 이렇게 미러링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서는 '역미러링(reverse mirroring)'이 나타날 수 있다.

역미러링이란 부모가 아이의 신호와 파장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이가 부모의 신호와 파장에 자신을 맞추려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의식적으로 행동하고, 억지로 웃어 보이고, 계속 눈치를 보며 부모가 편해하는 쪽으로 행동하고, 불편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등 부모에게 자신을 맞춘다. 심지어 부모를 안아주고 토닥여주는 위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역할이 뒤집힌 것이다. 아동기의 '역미러링'은 성인기 인간관계에서 그대로 재현되기 쉽다. 정작 자신의 감정과 욕구는 잘 알지 못하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상대의 마음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건강한 어른의 관계는 수평성과 상호성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그에 비해 건강하지 못한 어른의 관계는 늘 균형이 깨져 있다. 자신의 마음은 전혀 헤아리지 않고 상대의 마음만 헤아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 경우도 있다. 모두 마음 헤아리기의 실패다. 마음 헤아리기는 타인 지향적인 공감과 달리 자아와 관계의 '균형'을 강조한다. 하지만 타인중심성은 단순히 미숙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미러링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심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온 생존방식일 수 있기에, 타인중심성에서 벗어나려면 어린 시절의 결핍과 상처에 대한 애도와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좋은 관계는 일방적인 희생과 인내로 발달하지 않는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때 서로에게 좋은 관계가 된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듯 나의 마음을 헤아리며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마음 헤아리기'다.

-문요한, <관계의 언어>, 더퀘스트, 1만7000원

산업IT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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