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빈국, 빚더미에 병원도 못 지어…개도국 25% 자금줄 끊겨'

세계은행 부채 보고서 발표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최빈국들의 내년 부채 상환 비용이 급증해 '위기'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세계은행(WB)의 경고가 나왔다. 개발도상국 4곳 중 1곳은 더 이상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WB가 발표한 최신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빈국 24곳은 내년 대외 정부 부채 상환 등에 215억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추산됐다. 2년 전 지출 규모 대비 40%나 늘었다. 국채 상환 만기가 돌아오고 고금리로 이자율이 오르면서 지출 규모가 커졌다.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의 지난해 대외 부채 상환액은 443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다. 이자 지급액도 10년간 4배로 급증했다.

WB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인디미트 길은 "기록적인 부채 수준과 고금리로 많은 국가들이 위기로 향하는 경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고금리로 매 분기마다 점점 더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부채를 상환할지, 공중 보건·교육·인프라 투자를 선택할지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고금리, 고물가로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개도국의 약 25%는 이미 부채 위기에 처했고,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도 막힌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국가는 지난 2019년만 해도 개도국의 5% 미만이었지만, 이 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WB는 전했다.

지난해 신흥국에 대한 해외 채권자들의 신규 대출액도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민간 채권자들은 개도국에 공급한 대출보다 상환받은 금액이 1850억달러 더 많았는데, 투자한 돈보다 돌려받은 돈이 더 많은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신흥국의 부채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도 크게 늘었다. 지난 3년간 잠비아, 스리랑카, 가나 등 개도국에서는 18건의 디폴트가 발생했는데, 지난 20년간 발생한 디폴트 건수를 합한 것보다도 많다고 WB는 추산했다.

앞으로도 신흥국을 짓누르는 부채 압박은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신흥국과 중간소득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10년 전 53%에서 2028년 78%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하지만 개도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채무 조정 논의는 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채 상환) 비용은 작지 않을 것"이라며 "최빈국들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그들이 지금 받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1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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