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취재본부 이준경기자
최근 숨진 채 발견된 전남도교육청 고위급 간부가 ‘전광판 사업’과 연관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교육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은 고인과 유가족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으니 멈춰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11일 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낮 12시 11분께 전남 목포시의 한 아파트에서 전남도교육청 간부 공무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날 오전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지시를 마치고 “몸이 좋지 않으니 집에서 죽을 먹어야겠다”며 조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일각에서는 '전광판 사업에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전광판 사업은 장석웅 전 교육감 재임 시절이었던 지난 2022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전남교육청 관내에서 발주된 것으로 237건의 전광판 사업 중 182건(76.7%)을 B사가 설치해 논란이 된 사업이다.
이 사업과 A씨가 연관이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도교육청은 “확인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전광판 설치 의혹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고 조사 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감사를 실시할 계획인데, 이러한 상황에 A씨를 전광판 사업과 무조건 연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 같은 의혹 제기는 남은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주고 A씨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확산하는 것을 멈춰달라”고 말했다.
한편 A씨는 본청 노사정책과장 재임 시절, 노조와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폭넓은 협력 체계를 형성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때부터 업무 스트레스로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는 “조용히 퇴직하고 싶다. 직속기관 부장도 괜찮으니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며 “힘들어도 내색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아픈 걸 보니 내 몸이 스트레스를 느끼나 보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교육청 직원들은 A씨가 평소 워낙 밝고 유쾌해 그의 죽음을 믿기 힘든 분위기다.
한 직원은 “사건 당일 업무보고를 마치고 ‘몸이 안 좋아 조퇴한다’며 내 손을 잡아줬다.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며 “그 손길이 마지막일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울먹였다.
실제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한 시간 전까지 주변 사람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확인됐다.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한 직원은 “오전 11시쯤 통화할 때 어떤 느낌도 없었는데 충격이다”며 “주변에선 유쾌한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워낙 자존심이 세 힘들어도 표현하지 않는 친구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몸이 아픈 줄 알았는데 몸보다 맘이 더 아팠나 보다. 힘들면 속 이야기라도 좀 할 것이지”라며 “전광판 의혹 제기는 충격으로 힘든 유가족들과 그 친구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다.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