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은주기자
최근 발표된 국내 주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치의학전문대학원 최종 합격자 명단에 기획재정부의 저연차 사무관 4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저연차 공무원의 이탈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4명이라는 숫자가 전보다 큰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인사적체와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 지나친 업무 부담 등 고질적으로 꼽혀온 문제들이 원인으로 꼽힌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 사무관 3명이 로스쿨에, 1명이 치의학전문대학원에 각각 합격한 것으로 파악된다. 모두 6년차 이하 행정고시 출신 저연차 사무관들로, 기재부는 이탈자 발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4명의 사무관들은 대부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전문대학원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사무관들 사이에서는 “부럽다”는 반응과 “허탈하다”는 반응이 교차한다.
공직사회에서 저연차 사무관들의 ‘탈(脫)기재부’ 현상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시보(수습) 사무관이 민간기업(네이버)으로의 이직을 택해 충격을 주기도 했고, 다른 부처로 전입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전문대학원 합격자가 4명에 달해 충격이 작지 않은 분위기다. 기재부의 A 사무관은 “1~2명이 이탈할 때는 예외적인 선택 정도로 생각을 했었다”며 “그러나 4명이라고 하니 이제 탈기재부가 트렌드가 됐다는 느낌이 들면서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점점 더 많은 사무관들이 엘리트 관료의 길을 포기하고 또다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전문대학원행으로 진로를 바꾼 배경은 복합적이다. 대기업과 비교해 낮은 보수와 지나친 업무 부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인사적체와 줄어든 보상 구조 등이 꼽힌다. 기재부는 사무관(5급)에서 서기관(4급)을 거쳐 부이사관(3급)까지 승진하려면 입직 후 최소 20년이 걸린다. 다른 부처에선 국장을 단 동기들이 기재부에선 여전히 과장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기재부 B사무관은 “간부들부터 인사적체가 심각하니 사무관들의 승진 문제까지 돌아봐 줄 여유가 없어 보인다”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유학이나 국제기구 등 파견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텔레그램으로 업무 지시가 24시간 이어지니 (업무 강도에 비해) 보상이 충분치 않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C사무관은 “매일같이 밤을 새며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 교육비 부담을 걱정하는 40~50대 과장, 국장들의 모습에 착잡해진다"며 "(나의) 미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A사무관은 “로펌 이후의 진로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좋지는 않겠지만, 주요 로펌들의 초임 연봉 등이 공무원 처우와 크게 차이가 나니 이런 선택을 하는 듯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