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민기자
여권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세 대상을 줄여 개미 투자자의 반발을 종식시키고, 연말에 양도세 회피를 위해 10억 이상 주식 보유자들이 물량을 매도하면서 벌어지는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 주식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또는 지분 1∼4%)에서 30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주식 양도세 과세가 시작된 2000년까지만 해도 대주주 기준은 100억원이었지만, 현재 대주주 기준은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을 거쳐 10억원까지 내려갔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이 증가하면서 세금 부담이 커졌다. 이에 대주주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연말 주식을 매도, 주가를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실제 지난해 12월1일부터 양도세 부과 대상자가 확정되는 12월27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2조242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정부 때는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내리려다가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20만명을 돌파하고, 홍 전 부총리가 직접 사의를 표명하는 일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대주주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도 논의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자식이나 손자 등 가족들이 보유한 주식까지 합산해 종목 보유액을 계산하는 가족 합산 규정을 폐지했고,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요건 상향은 소득세법 시행령만으로도 변경이 가능하지만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반발로 인해 대주주 기준 상향이 이뤄지는 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2일 KBS에 출연해 "대주주 10억원에 대한 기준은 내년까지는 유지하기로 여아 간의 합의가 있었다"며 대주주 기준 상향도 여야 합의 사항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대주주 기준 상향이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대주주가 아닌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양도세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2025년부터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 상장 주식 기준 5000만원이 넘는 투자소득을 올린 사람은 무조건 세금을 내는 금융투자소득세 과세가 시작돼 대주주 기준이 올라가더라도 2025년 이전까지 한시 적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여야의 입장이 팽팽한 만큼 향후 국회 논의 과정과 여론이 대주주 기준 상향 논의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 일각에서는 이미 대주주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주식 양도세 기준이 너무 낮아 해마다 연말에 세금 회피용 매도 폭탄이 터지고, 결국 주가가 하락하여 다수의 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주식양도세 기준 완화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민생수호'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