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을 자제하기 위해 대형 보험대리점(GA)을 상대로 자율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GA를 늘리고 있는 만큼 GA업계 자체의 경쟁력을 지켜내겠다는 취지다. 또 과도한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지면서 불완전 판매와 무분별한 보험 갈아타기(승환 계약)가 늘어나면 고객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의식한 행보다.
8일 보험대리점협회는 전날 기준 GA 52곳과 '보험대리점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를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보험설계사가 1000명 이상 소속된 대형 GA만 39곳에 달한다. 연말까지 협약 참여사를 60여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6월 3선 의원 출신인 김용태 회장이 취임하면서 협약 참여 확대에 더욱 힘을 쏟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이달에도 AIG어드바이저(4일), 키움에셋플래너(5일),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6일) 등에 이어 매주 3~4개사를 방문해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협회가 내건 자율협약의 최우선 실천과제도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방지다. 최근 보험사들이 자회사형GA를 키우면서 설계사 빼내오기가 심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개인 영업 실적이 성과로 직결되는 만큼 통상 설계사들은 다른 회사로 이동하면 보유 고객들에게 옮긴 회사의 추천 상품으로 보험 갈아타기를 권유한다. 하지만 이같은 승환계약은 불법이다. 보험사가 나서서 고금리상품이나 손해율이 높은 상품을 축소하기 위해 승환계약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앞서 협회는 지난해 9월 '과도한 스카우트 방지를 위한 보험대리점협회 자정 결의문'을 발표했지만 별다른 개선이 되지 않자 이같은 자율협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스카우트 방지 외에도 ▲허위·과장 광고행위 금지 ▲브리핑 영업 시 판매준칙 준수 ▲상품 비교·설명 제도 안착 ▲준법 및 내부통제 운영시스템 컨설팅 지원·정보공유 등을 주요 실천 과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한 운영 세칙을 세우고 어길 경우 협회의 현장조사와 점검이 실시된다. 위반 정도가 가장 심한 '중대위반' 단계 판정이 나면 후속조치로 감독당국에도 통보한다.
대형 보험사들의 자회사형GA 인수가 계속되는 만큼 협약이 하루빨리 안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한화생명은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한화라이프랩이 있음에도 올해 초 업계 6위권 GA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했다. 총설계사 수를 2만5000여명으로 끌어올렸고 이를 바탕으로 100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삼성생명도 GA 인수 또는 지분 투자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내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오히려 자율협약에 참여한 GA사들이 위기감만 느낄 수 있다"라며 "단순 자율협약 참여 독려뿐만 아니라 GA들이 보다 안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