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저출산과 고령화가 일찍부터 진행돼 '노인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에서 요양보호사 역할을 수행하는 '개호(介護)' 직원들이 대거 일터를 떠나면서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2040년부터 70만명 가까이 수급부족이 예상되면서 일본 정부 안팎에서도 인력난 개선을 위해 서둘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아사히신문은 후생노동성의 고용동향조사를 인용, 지난해 개호 분야에서 이직자가 신규 취업자를 6만3000명 웃도는 '이직 초과'가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개호 분야에서 취직률에서 이직률을 뺀 입직 초과율은 지난해 -1.6%를 기록했다. 아사히는 "만성적인 인력난이 지속된 분야지만 이직 초과는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래 처음"이라고 전했다.
개호 관련 협회 등의 조사에서는, 관련자의 올해 월평균 이직자 수는 10년 이상 근무한 정사원이 199명으로 전년 대비 38명 늘었으며, 10년 미만 근무한 사원의 경우 821명으로 전년 대비 65명 늘었다.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이직자는 1244명으로 같은 기간 100명 늘었다.
이는 요양보호사의 처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보너스 등 상여를 포함한 요양보호사의 지난해 평균 임금은 월 29만3000엔(약 260만원)으로 전 산업 평균인 월 36만1000엔을 크게 밑돌았다. 아사히는 요양 보호사에서 IT계 기업으로 이직한 30대 여성의 인터뷰를 인용, "실수령액은 월 약 15만엔으로 혼자 살 수도 없는 금액이었다. 좋아서 선택한 분야였지만 결국 많은 의문을 느끼게 됐고, 컨디션이 나빠진 것을 계기로 전직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신체·정신적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은 계속해서 문제가 돼 왔다. 정부는 개호 분야 임금이 전체 산업 평균 대비 월 약 10만엔 임금 격차가 난다는 지적으로 2012년부터 요양 보호사 임금에 일정액을 추가해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호 사업은 보통 노인 요양 보험 서비스에 포함되기 때문에, 요양 보호사나 간호 보조자의 급여는 국가에서 공정 가격을 정해두고 있다. 이를 인상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재검토는 3년마다 한 번씩 가능하다. 내년도가 개정이 필요한 3년째기 때문에, 올해 말 인상 폭 등을 결정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요양 보호사의 보수가 모두 사회보험과 연동돼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인상 폭을 조정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개호 보험은 40세 이상이 가입해 보험료를 내고, 이용 시에 자기 부담을 제외한 비용의 절반을 기존에 낸 보험료, 그리고 나머지 절반을 세금으로 충당한다. 결국 보수를 늘리게 되면 보험 가입자의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9000엔의 임금을 긴급히 인상했을 때도 65세 이상 기준 1인당 월 70엔(627원)의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문제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동안 계속 현장을 떠나는 인력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력 부족이 심각한 분야는 방문 돌봄이다. 조사기관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방문 돌봄 사업자의 도산 건수는 올해 1~8월 44건으로,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가장 큰 요인은 '일할 사람이 없어서'다.
이 분야에 취업하는 젊은 세대까지 줄어들면서 기존 인력의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개호노동안정센터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방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 헬퍼'의 평균 연령은 54.7세로 60세 이상이 38.1%, 70세 이상이 13.5%를 차지했다. 고령 도우미가 은퇴하는 5년이나 10년 후에는 '개호 서비스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아사히는 "이미 방문 돌봄의 경우 직원의 부족으로 서비스를 신청해도 거절하는 경우나, 시설에는 공실이 있어도 인력이 없어 사람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대폭 끌어들이고, 개호 로봇을 개발해 도입하는 등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 일본어 레슨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후생노동성은 돌봄 현장에 돌봄 로봇, IT 기기 도입 등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증가하는 고령자 수를 요양 보호사 인원이 따라잡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고령자 수 증가로 2040년에는 요양 보호사가 필요한 고령자가 지금보다 45% 늘어 1000만명의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필요한 요양 보호사는 280만명이지만, 69만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사히는 "인력난으로 인한 개호 서비스의 붕괴인지, 보험 부담 증가로 인한 붕괴인지 어려운 문제가 들이닥치고 있다. 부담 증가와 연동되지 않도록, 국가가 정한 개호 보수와 별개의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