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단돈 20달러(약 2만6000원)에 새우 무한리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본사를 둔 캐주얼 레스토랑 '레드 랍스터(Red Lobster)'의 메뉴 '얼티밋 엔드리스 쉬림프(Ultimate Endless Shrimp)'가 내세운 홍보 문구다. 지난 6월 이 회사는 매주 월요일과 특별 이벤트 때에만 제공했던 이 메뉴를 종일, 매일 제공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더 많은 손님을 유치해 매출을 늘리고 싶어서였다. '얼티밋 엔드리스 쉬림프' 메뉴는 이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이 18여년 동안 가장 좋아했던 메뉴였다.
이 메뉴에 대해 레드 랍스터는 '거부할 수 없는' 표현을 써 가며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에 나섰다. 결과는 얼핏 보기엔 대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다.
매장마다 손님들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먹방 배틀'이 벌어졌다. 한 번에 먹은 새우 양을 자랑하는 게시물이 올라왔으며, 일부 누리꾼은 보다 많은 새우를 먹을 수 있는 비결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우 무한 리필'은 매출을 올리는 데에만 성공했을뿐 오히려 영업 손실을 야기했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레드 랍스터의 3분기 영업 손실은 1100만달러(약 144억원)에 이른다. 레드 랍스터의 큰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해산물 공급업체 타이 유니온 그룹은 최근 재무 보고서에서 레스토랑 비즈니스가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타이 유니온 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루도빅 레지스 앙리 가르니에는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얼티밋 엔드리스 쉬림프 메뉴를 선택한 사람들의 비율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높아 재정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 메뉴가 3분기 영업 손실의 '핵심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당초 레드 랍스터는 이 메뉴로 유인된 손님들이 다른 메뉴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기대했지만, 너무 많은 고객들이 '얼티밋 엔드리스 쉬림프' 메뉴만을 찾았다.
결국 회사는 자신들의 계산 실수를 인정하고 이 메뉴의 가격을 25달러까지 인상했다. 가격이 소폭 올라갔지만 레드 랍스터의 올해 영업 손실은 총 2000만달러(약 261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레드 랍스터는 손실을 가져다준 얼티밋 엔드리스 쉬림프 메뉴를 없애지는 않을 방침이다. 가르니에 CFO는 NYT에 "이 메뉴가 레드 랍스터의 대표적인 프로모션 중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메뉴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레드 랍스터가 무한 리필로 손해를 본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WP는 레드 랍스터가 2003년에도 게를 무한 리필하는 메뉴를 선보였다가 수백만 달러를 잃은 바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