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0월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비공개 통화를 통해 "가자지구를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지 말 것"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지난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폭격하고, 지상전을 위해 가자시티 깊숙이 탱크를 배치하던 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헤르조그 대통령은 당시 하마스의 기습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포를 교황에게 설명하자, 교황은 “테러에 테러로 대응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퉁명스럽게 응수했다고 보도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항의했다. 하지만 교황은 계속해서 '책임자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민간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교황은 지난달 22일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을 놓고 “전쟁이 아니라 이를 넘어선 테러”라며 분쟁 종식을 촉구했다.
또 지난달 29일 바티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도 "전쟁은 어느 쪽에나 패배로 이어진다"라며 "다른 사람의 죽음으로 큰돈을 버는 방산기업 외에는 모두가 패배한다. 우리는 평화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일반알현 직전에는 하마스에 납치돼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 가족과 가자지구에 가족을 둔 팔레스타인인들을 각각 만나 양측의 고통을 각각 청취하고, 슬픔을 함께 나눴다.
지금까지는 공개된 적이 없는 교황과 헤르조그 대통령의 10월 하순 통화와 교황의 지난달 22일 수요 일반알현에서의 발언을 종합하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벌이는 군사작전을 교황이 '테러행위'로 부른다는 것이 이스라엘 측의 해석이다.
바티칸은 교황 발언의 확인을 요구하는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성명에서 교황과 헤르조그 대통령 사이의 통화가 있었다고만 인정했다. 이스라엘 대통령실 대변인은 "우리는 사적인 대화를 언급할 생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교황의 발언이 알려지자 일부 이스라엘인들은 반유대주의 확산을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밀라노의 최고 랍비인 페다추르 아르비브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유대인에 대한 악마화로의 회귀"라고 주장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베들레헴을 방문해 '자유 팔레스타인'이라는 슬로건이 그러진 서안지구 분리장벽 옆에서 기도하기도 했다.
한편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 지구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뒤 현재까지 사망자는 1만3300여 명에 달한다.
이스라엘은 또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을 재개했다. 지난달 24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합의로 휴전을 한 지 7일 만이자, 전쟁 발발 55일 만이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투를 재개한다고 선언하면서 "하마스가 (일시) 휴전 협정을 위반하고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발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