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사무총장 '내년 금리인하 기대 일러…주요국 재정지출 확대, 물가에 부정적'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 간담회
중앙은행 금리인상 끝났지만 인하 기대 일러
한국 통화·재정정책 적절…안정영역에 있어
美보다 먼저 금리인하 가능성엔 "여력 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지난 2년간 '물가와의 전쟁'을 벌여온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고 평가하면서도, 내년에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충분히 안정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게 이유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전후로 크게 늘어난 각국의 막대한 재정지출이 향후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통화정책은 미국에 독립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고, 한미 기준금리 격차도 현재 최대 2%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이지만 그는 '한은은 미국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물가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BIS는 각국 중앙은행의 협력을 돕는 국제기구로, 통상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린다. 2017년 취임한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2018년 11월 이후 5년 만에 한은을 찾았다.

"금리인상 끝났지만…내년 금리인하 기대 일러"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단정할 순 없지만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거의 끝낸 상황"이라며 "많은 국가는 고금리의 더 높은 비용의 영향을 느끼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비용이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많은 국가에서 이런 충격이 생각보다는 완만했다"며 "여러 국가가 연착륙을 달성하고 있고, 그래서 금융 불안이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신흥국에서 자본유출 등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많은 신흥국이 외부 금리 변화에 아주 취약한 거시경제의 불균형이 있었지만, 지금은 좀 더 건전한 거시경제 정책을 갖게 됐다"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금리인하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당장 내년이라고 하기는 이르다"며 "물가가 충분히 안정화됐다고 확신하기 전까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통화정책이 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므로 중앙은행이 이른 시일 내에 금리인하로 돌아서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물가안정 위해 재정 긴축 필요…한국은 '안정 영역'"

특히 그는 미국 등 주요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이 물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2023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1조6950억달러로 전년 대비 23% 늘어나는 등 재정지출이 크게 확대됐다. 다른 주요국들도 지정학적 리스크나 고령화 등 때문에 성장, 복지, 국방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지난 10년간 각국 정부 등에서 재정 부양 정책을 써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확장됐다"며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공조를 통해 같은 방향으로 간다면 물가와 금리를 낮추는 데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확장적인 재정, 통화정책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모두 '안정 영역(region of stability)'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구조개혁을 통해 해야 한다는 게 카르스텐스 사무총장 설명이다.

기자간담회에 배석한 신현송 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은 이같은 '구조개혁'에 대해 "단순히 단기적인 정책이 아니라 경제 체질을 강하게 바꾸는 취지"라며 "한국에서는 인구 고령화 문제가 있고, 이건 재정의 지속 가능성, 연금 문제와 직결돼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재정 확대가 물가 안정을 조금 더 어렵게 하기 때문에 재정의 긴축이 필요하다"면서도 미국이나 한국은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특별한 케이스라서 재정 지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며 "한국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모두 적절하게 잘 진행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도 수용할만한 수준이어서 한국이야말로 '안정 영역' 안에 있다"고 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 美보다 먼저 금리인하 나설 여력 있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앞으로 물가 부담이 약해지면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력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가 미국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한은은 신뢰할 만한 정책을 쓰고 있고 자율성을 보장받는 기관"이라며 "충분히 정책 외부 상황이나 미국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전반적으로 한국 경제 상황에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주택담보대출 등을 통해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기준 101.7%로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그는 "(가계부채는) 한국의 주택 개발, 좁은 국토 면적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도 "지방 정부나 프로젝트 디벨로퍼, 은행들이 모두 같이 공조해서 주택 가격을 낮춰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가 100%를 넘는 상황인데 이것은 모니터링이 계속 필요한 문제"라며 "금융당국이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금융부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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