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기자
유엔(UN)에 따르면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빈곤 인구가 7억 명에 달한다. 하지만 빈곤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긴 쉽지 않다. 전 세계 중 53개국은 지난 15년 동안 농업 관련 현황 조사를 하지 못했으며, 17개국은 인구 센서스 조사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이러한 데이터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누구나 웹에서 받아볼 수 있는 인공위성 영상을 활용해 경제 지표를 추정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 차미영·김지희 교수 연구팀이 기초과학연구원, 서강대, 홍콩과기대, 싱가포르국립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주간 위성영상을 활용해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새로운 인공지능(AI) 기법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용하며 무료로 공개하는 센티넬-2 위성영상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먼저 위성영상을 약 6㎢의 작은 구역으로 세밀하게 분할했다. 그다음 각 구역의 경제 지표를 건물, 도로, 녹지 등의 시각적 정보를 기반으로 AI 기법을 통해 수치화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기존 통계자료가 부족한 지역까지 경제분석의 범위를 확장하고, 북한 및 아시아 5개국(네팔, 라오스, 미얀마,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에도 같은 기술을 적용했다. 연구팀은 "해당 연구가 제시한 경제 지표는 기존의 인구밀도, 고용 수, 사업체 수 등의 사회경제 지표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데이터가 부족한 저개발 국가에 적용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모델의 강점은 경제 활동의 연간 변화를 탐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경우 대북 경제제재가 심화된 2016년과 2019년 사이에 북한 경제에서 세 가지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북한의 경제 발전은 평양과 대도시에 더욱 집중되어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심화됐다. 둘째, 경제제재와 달러 외환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설치한 관광 경제개발구에서는 새로운 건물 건설 등 변화가 드러났다. 셋째, 전통적인 공업 및 수출 경제개발구 유형에서는 반대로 변화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데이터 격차를 줄이고 유엔과 국제사회의 공동목표인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카이스트 전산학부 안동현 박사과정, 싱가포르 국립대 양재석 박사과정이 공동 1저자로 국제 학술지 네이처 출판 그룹의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26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