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슬기나특파원
전 세계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킨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전 최고경영자(CEO)가 갑작스럽게 해임된 이후 업계 안팎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투자자들의 반발로 복귀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올트먼이 새 회사를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해임 직전 그가 독자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MS, 트라이브 캐피털을 비롯한 오픈AI 투자자들이 지난 17일 CEO 자리에서 해임된 올트먼을 복귀시키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올트먼 역시 복귀를 고려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트먼은 복귀 시 새 이사회와 지배구조를 원한다는 입장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 또한 이와 별도로 자신의 갑작스러운 해임 직후 사표를 낸 공동창업자 그렉 브로크먼 등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WSJ는 "올트먼이 이르면 이번 주말내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부터 올트먼과 브로크먼이 오픈AI 이사회와 함께 복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오픈AI를 둘러싼 드라마의 반전"이라며 "오픈AI의 투자자들과 올트먼을 지지하는 회사 직원들이 이사회에 그를 복귀시키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오픈AI에 130억달러를 투자한 MS가 이러한 압박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올트먼이 오픈AI에 돌아오지 않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경우 그 회사에 투자할 의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트먼은 지난 17일 정오에 오픈AI 이사회와의 화상 회의에 참여하라는 요청을 받았고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MS를 비롯한 투자자들도 올트먼 해임 결정과 관련한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이 소식을 듣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날 밤 브로크먼 회장을 비롯한 오픈AI 관계자 최소 3명이 전날까지 항의의 뜻으로 사표를 냈다. NYT는 전현직 직원들을 인용해 오픈AI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올트먼의 축출 소식에 내부 직원들이 심하게 동요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1985년 애플 이사회가 스티브 잡스를 해고했던 것에 빗대며 전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올트먼의 해고 사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사회가 대외적으로 밝힌 사유는 '정직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다. AI 책임성 문제, 개발 속도 등을 둘러싼 이견 외에도 수익성을 추구하고 새로운 스타트업을 추진했던 올트먼의 행보가 해임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올트먼이 해임 전 엔비디아와 경쟁할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코드명 '티그리스'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을 위해 중동 국부펀드 등에서 수십억달러 투자금 조달을 모색 중이었다. 오픈AI의 최대 투자자인 MS 역시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