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님, 맨처음은 출렁다리 다음은 숲체험이요' 넷이 함께 당일치기 영주 여행[디깅 트래블]

⑥관광택시로 뚜벅이 여행 성지로 떠오른 경북 영주
KTX이음으로 서울 청량리서 1시간 40분
관광택시로 맛·풍경·힐링+비용 절약 당일 여행 각광
애완견 동반 탑승 가능, 댕댕이와 함께하는 '힐링여행'

요즘 세대에겐 생소한 '택시 여행'은 1980년대만 해도 대표적인 신혼여행의 형태였다. 자가용이 거의 없던 시절, 렌터카는 고사하고 거리가 먼 관광도시의 명소와 명소를 오가는데 택시만 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함께하는 택시 기사의 친절한 가이드, 그리고 부곡 하와이, 광안리 해수욕장, 제주 용두암, 태종대 등 당시 사랑받는 신혼여행지에서 촬영한 부부의 기념사진은 모두 택시 기사의 손에서 탄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몰된 지역에 있었던 평은역을 그대로 옮겨놓은 영주호 평은역사 전경. [사진제공 = 트래블팀]

이후 자가용의 보급이 확대되고 렌터카 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잊힌 택시 여행이 최근 특색있는 국내 도시를 중심으로 재개되고 있다. 선비의 고장으로 알려진 경북 영주는 아름다운 자연과 유서 깊은 역사, 그리고 쾌적한 테마파크까지 갖춘 도시지만, 주요 관광지 간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 연결이 어려워 자차로 찾지 않을 경우 여행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2021년 서울에서 영주를 잇는 KTX 이음이 개통되면서 청량리에서 영주까지 1시간 40분이면 도착하게 되면서 도보 여행을 선호하는 여행객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여기에 최근 영주시에서 선보인 관광택시 프로그램은 지금 가방 하나만 챙겨 바로 내려가서 즐길 수 있는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뒷받침하고 있다.

영주호 용천루 출렁다리. [사진제공 = 트래블팀]

푸른 호수와 출렁다리, 옛 기차역으로 추억이 감도는 산책코스 영주호

영주역에 내리자마자 예약한 관광택시가 기자를 맞는다. 택시가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곳이 어딘지 생각하다가 영주호로 목적지를 정했다. 서천에서 내성천까지 이어지는 강변길은 굽이굽이 이어져 창밖 풍경을 한폭의 그림처럼 장식한다. 영주호와 맞닿은 영주댐까지 내려다보는 용마루2공원에 도착하자 이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돼있다. 영주호는 평은면과 이산면 일부 마을의 수몰로 탄생한 곳이지만, 2016년 12월 영주댐이 완공되면서 인근 지역은 생태관광지로 재탄생했다. 영주호 일대는 아름다운 호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와 쾌적한 자전거 도로 덕분에 최근에는 도보여행을 넘어 자전거 여행의 핫스팟으로 각광받고 있다. 영주호를 관통하는 용천루 출렁다리와 수몰 전 마을과 도시를 잇는 창구였던 평은역은 대자연 속 스릴과 더불어 옛 추억을 톺아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국립산림치유원 전경. 사진 = 김희윤 기자

숲길 걸으며 치유…장기 숙박도 가능한 국립산림치유원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한 채 기사님께 다음 행선지인 국립산림치유원을 말씀드렸다. 영주시 봉현면과 예천군 효자면에 위치한 국립산림치유원은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여행객의 심신 안정과 평안을 찾아주는 숲속 휴양시설이다. 울창한 삼림 안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힐링이 시작된다. 산림치유원에서는 기본 건강 상태 측정 후 전문가 상담을 통해 다양한 맞춤형 산림치유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치유원 주변에 조성된 치유숲길을 걸으면서 피톤치드를 만끽하는 실외 프로그램은 비롯해 수(水)치유센터에서는 워터 테라피도 체험할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장비를 이용한 전신 마사지, 요가와 명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단체 관광객을 위한 수련센터, 장기간 숙박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치유하는 건강증진센터도 마련돼있다.

국립산림치유원 치유숲길에서 그물망 해먹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 = 김희윤 기자]

마음 같아선 일주일간 머물며 푹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당일 여행을 계획하고 온 터라 간단하게 숲 체험을 신청해 숲트레킹과 숲해먹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산림치유지도사가 안내한 치유숲길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뒤 간단한 운동으로 피로를 풀었다. 이내 지도사님이 숲 향 가득한 아로마오일을 손바닥에 한 방울 떨어트리면 손가락 마사지를 하며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데크를 따라 숲의 정취를 즐긴 뒤 마지막에 다다른 잣나무숲 해먹에 몸을 누이자 자연과 하나 됨을 느끼면서 일상 속 피로와 시름을 잠시간 내려놓고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K-문화테마파크인 선비세상에서 한지제조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한지뜨기 공방 전경. [사진 = 김희윤 기자]

500년 조선을 지탱한 선비정신의 집대성, K-문화테마파크 선비세상

K-문화테마파크 '선비세상'은 최근 영주시가 조성한 새로운 랜드마크다. 순흥면 청구리 선비촌 인근 부지 96만 970㎡에 2022년 9월 3일 개관한 선비세상은 ▲한옥 ▲한복 ▲한식 ▲한지 ▲한글 ▲한음악 등 6개 테마촌으로 꾸며졌다. 온통 K가 붙는 한국문화 전성기에 그 뿌리를 찾아 탐구해보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여섯 가지 테마는 故 이어령 교수의 자문을 통해 구성됐다. 선비의 삶과 정신,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첨단기술과 결합한 다양한 콘텐츠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닥풀이 담긴 통에서 한지를 만드는 틀에 섬유를 뜨는 모습. [사진 = 김희윤 기자]

그중 가장 인기가 많다는 한지 만들기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봤다. 김발 형태의 틀을 들고 닥풀이 가득 담긴 통에 한 번 쓸듯이 지나면 종이가 될 닥나무 섬유가 건져진다. 틀을 빼고 발에 붙은 섬유를 잘 떼어내 열판에 건조하면 이내 한지가 완성된다. 직접 만든 한지를 들고 바로 옆 테이블로 이동해 글과 그림을 쓰고 나면 숲속에서 풍류를 즐기며 시 한 수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선비의 놀음이 따로 없다. 바로 옆 한옥에서 만나는 환갑 잔칫상과 돌상 체험에는 기념 샷을 남기기 위한 발걸음이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홍삼으로 술을 빚고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만수주조에 마련된 주안상. [사진 = 김희윤 기자]

오직 영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문화를 품은 막걸리 도가 만수주조

자연과 글을 섭렵했으니 이제 술이 남았다. 택시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얼마든지 술을 마셔도 부담이 없다는 것 아닐까. 편안한 마음으로 지역 명품 막걸리를 만드는 만수주조로 향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홍삼으로 술을 빚고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만수주조는 2010년 창업해 현재는 창업주의 딸인 이보영 대표가 가업을 잇고 있다. 맛있는 술만큼이나 술을 즐기고, 이를 통한 문화를 향유하는데 주목한 이 대표는 만수주조를 특별한 도가로 키워가고 있다. 서울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영주 막걸리'는 오직 영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직접 막걸리 제조과정을 시연하는 이보영 만수주조 대표. [사진 = 경북농촌체험관광 오이소]

이 대표는 "정성 담은 술통에는 술이 익어가고, 소백산 바람 타고 온 바람 따라 양조장 정원에는 향기가 가득한 곳"이라고 술도가를 설명했다. 술 읽어주는 가이드를 자처한 그는 노년에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아버지의 도전을 지지하며 곁을 지켰고, 지금은 어엿한 도가의 대표로 건강한 생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차별화를 위해 술을 배우고자 하는 손님들께 교육을 진행했는데, 양조장이 술만 만드는 공장이 아니라 술에 대한 지식도 함께 배울 수 있는 곳임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술과 더불어 문화에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만수주조는 발효체험학교 ‘띄움’ 운영과 함께 전통주 문화콘텐츠 ‘SULSUL SOLSOL’을 진행하며 지역의 명소로 성장하고 있다.

풍기인삼센터에서 진행된 인삼주 만들기 체험에 직접 참여해 만든 인삼주. [사진 = 김희윤 기자]

인삼은 역시 풍기, 1500년 역사 품은 건강식품 한자리에 풍기인삼홍삼센터

영주까지 왔으니 사과는 못 먹어도 인삼은 꼭 사 가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지 않겠는가. 서둘러 기사님과 함께 풍기인삼홍삼센터로 달려갔다. 1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풍기인삼을 비롯해 다양한 인삼 가공제품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센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넓고 쾌적한 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2008년 6477㎡ 대지 위에 건립된 센터는 현재 45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2008년 6477㎡ 대지 위에 건립된 풍기인삼홍삼센터는 인근 판매 센터 대비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45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사진 = 김희윤 기자]

입구부터 가득한 인삼향이 여느 향수보다 더 코끝을 자극한다. 마침 올해 인삼 농사가 풍년이라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는 관계자의 귀띔에 인삼 네채를 구입해 택배 배송을 요청했다. 센터 한가운데에서는 이곳을 찾은 고객을 위해 인삼, 홍삼을 활용한 인삼주 담그기, 방향제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깊은 맛과 향을 꼭 즐겨보길 추천한다.

관광택시 이용방법
▲택시 여행을 통한 당일 치기 영주 여행이 가능해진데에는 KTX의 공이 혁혁하다. KTX-이음 열차를 이용하면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해 영주 KTX역 하차까지 약 1시간 40분이 걸린다.▲관광택시는 관외 주민등록자가 이용하는 경우 여행 최소 5일 전 '로이쿠 앱' 또는 영주 관광택시 홈페이지에 예약이 필수다.▲택시 이용요금은 4시간 코스 만원(택시 이용료 1회당 시비 4만 원 지원), 6시간 코스 12만원(택시 이용료 1회당 시비 6만원 지원)이다. 추가 1시간당 2만 원이 증액되며 이는 전액 자부담이다. 탑승 인원은 최대 4인으로, 이용요금은 승객 인당 가격이 아닌 택시 대당 가격이다.즉, 현재 요금 기준이 4시간 8만 원 요금 4명의 일행이 선택했다면 ‘8만 원-4만 원÷4인’이 되어, 인당 1만 원에 영주관광택시를 4시간 이용할 수 있다. *<b draggable="false">애완견의 동반 탑승도 가능해 댕댕이와 함께하는 여행도 가능하다.▲2024년부터는 KTX 출발역이 청량리역에서 서울역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이에 발맞춰 영주관광택시는 2024년부터 8시간 코스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스포츠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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