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대형마트 자체브랜드(PB) 제품에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제조업체(NB)에서 만든 제품보다 값이 저렴한 데 반해 제품 질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소비자들이 PB제품으로 대거 몰려든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에 입점한 노브랜드의 1~10월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8.7%나 신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국내 대형마트 1분기와 2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0.3%, 1.8%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노브랜드의 매출 증가율은 마트 매출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라 4%에 육박하는 등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NB제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PB제품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PB 시장 규모는 해마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노브랜드의 매출액은 2019년 8300억원에서 2022년에는 1조2700억원으로 53% 성장했다. 홈플러스 PB 브랜드 중 하나인 ‘홈플러스시그니처’는 2019년 대비 매출 신장률이 219%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롯데마트의 식음료(F&B) 부문 PB 브랜드 ‘요리하다’도 1∼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0%를 넘는 신장률을 기록했다.
제품별로 살펴보면 대형마트의 PB 제품 중에서는 우유의 매출 증가율이 특히 두드러졌다. 홈플러스의 초저가 PB 브랜드인 ‘심플러스’ 우유 제품은 올해 1∼10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롯데마트의 우유 PB 제품도 50%대의 신장률을 보였다. 원유가격이 리터당 88원(8.8%) 인상 인상되면서 우유 제조업체들이 우유 가격을 지난달부터 평균 4~9% 올리자 소비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PB 우유 제품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홈플러스 '심플러스 1등급 우유 900mL'(2개입) 의 가격은 3990원으로, 원유가격 인상으로 가격이 5%대 오름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NB 우유 제품가격과 비교하면 70% 수준에 불과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품질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여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고물가로 인해 극 가성비 제품인 PB 매출은 올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PB제품 소비는 늘고 있지만, 현재 국내 소비자들이 질 좋은 제품을 더 많이 받아 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PB 비율이라는 것은 유통산업이 기업형 유통산업으로 얼마나 발달했느냐의 바로미터인데 우리나라는 ‘맘앤팝스토어(평범한 소상공인 가게)’가 많아 마트들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PB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지는 않았다"며 "앞으로 PB 수요는 더 커지겠지만, 국내 유통 산업 구조상 선진국처럼 질 좋은 제품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국내 대형마트의 PB 매출 비중을 보면 이마트가 20% 내외로 그나마 높고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모두 10% 내외다. 반면 유럽이나 북미 등 선진국 대형마트들의 PB 비중은 50~100%대다. 영국의 유통업체 ‘마크 앤 스펜서’의 PB 비율은 100%에 육박하고, 독일의 슈퍼마켓 체인 ‘알디’는 90%대에 육박하고 있다. 알디의 경우 마케팅, 브랜드 비용이 가격에 전가되지 않은 초저가 제품을 선보이며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