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슬기나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비롯한 당국자들의 발언, 국채 금리 하락세 등을 주시하면서 보합권에서 혼조 마감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선 반면, 나스닥지수는 9거래일 연속, S&P500지수는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다우 지수는 전장 대비 40.33포인트(0.12%) 내린 3만4112.2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40포인트(0.10%) 높은 4382.7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0.56포인트(0.08%) 상승한 1만3650.41에 마감했다.
이날 S&P500지수에서 기술, 통신, 부동산, 소재 관련주는 상승했고, 에너지, 유틸리티, 헬스, 소비재 관련주는 하락했다. 로블록스는 예상을 웃도는 3분기 실적과 일일활성사용자수 등에 힘입어 전장 대비 12%가까이 뛰었다. 리비안은 연간 생산규모를 상향한 후 개장 전 오름세를 보였으나 정규장에서는 2%이상 밀렸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과 향후 가이던스에 19%이상 급락했다. 로빈후드도 거래량 급감 여파로 14%대 내려앉았다.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Fed 당국자들의 발언, 국채 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했다. 이달 뉴욕증시 상승세를 이끈 기업 실적발표는 막바지에 들어선 상태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의 약 88%가 추정치를 웃돈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장 마감후 실적을 공개한 디즈니는 주당 순이익 0.82달러로 시장 전망(0.70달러)을 웃돌았다. 정규장을 약보합 마감한 디즈니는 현재 시간외거래에서 2%대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마호니 에셋매니지먼트의 켄 마호니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빅테크가 이미 실적을 발표했다. 현 시점에서 놀라운 일이 너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Fed가 금리를 인상하기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골디락스 환경"일 수 있다면서 "연말 랠리가 가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메리프라이즈의 안토니 사그림베네 수석시장전략가는 "증시는 몇달간 과매도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S&P500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4.5% 오른 상태다.
파월 의장은 이날 오전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Fed가 경제를 전망함에 있어 전통적인 수학적 시뮬레이션을 뛰어넘어 생각할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그는 금리,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Fed 3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또한 이날 워싱턴에서 연설에 나섰지만 통화정책,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발언 후 청중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대신 파월 의장은 다음날 리서치 콘퍼런스 패널 토론에 참석해 통화정책 과제와 관련한 견해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밀러 타박 플러스 코의 매트 말레이 수석시장전략가는 "최근 장기금리 움직임에 대해 언급한다면 흥미로울 것"이라며 "그의 어조가 이전보다 좀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라면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날에는 파월 의장 외에도 레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톰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가 연설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11월에 이어 12월에도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5.25~5.5%에서 동결할 가능성을 90%이상 반영 중이다. 베이비스텝 전망은 9%선에 그쳤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별개로 당장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50%선까지 떨어졌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93%선, 30년물 금리는 4.62%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보합권인 105.5선을 나타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이상 떨어져 14.4선을 기록 중이다.
이밖에 이날 공개된 주간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7.61%로 지난주(7.86%) 대비 하락했다. 이는 1년여만에 최대 주간 낙폭이라고 CNBC는 전했다.
유가는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04달러(2.64%) 하락한 배럴당 75.3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지난 7월 17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 이틀간 하락률은 6.79%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