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완전정복]⑩中 85% 장악, 전구체 자립 없이 K-배터리 없다

편집자주지금은 배터리 시대입니다. 휴대폰·노트북·전기자동차 등 거의 모든 곳에 배터리가 있습니다. [배터리 완전정복]은 배터리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일반 독자, 학생, 배터리 산업과 관련 기업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배터리의 기본과 생태계, 기업정보, 산업 흐름과 전망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오는 17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을 앞두고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배터리 소재 기업 에코프로의 계열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최종 공모가는 3만6200원으로 책정됐다. 상장 후 예상 시가 총액은 약 2조5000억원이다.

2차전지의 4대 요소라고 하면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을 일컫는다. 전구체는 이 가운데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물질을 뜻한다. 전구체에 리튬이온이 들어 있는 물질(리튬산화물)을 더하면 양극재가 된다. 에크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를 생산해 같은 계열사인 양극재 전문기업 에크프로비엠에 공급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전구체 대부분을 수입해서 썼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쟁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시장조사업체 QY리서치코리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구체의 국내 자급률은 26%에 불과했다. 수입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구체 수입 중 중국의 비중이 97.5%(2023년 1~5월 기준)에 달할 정도다. 2023년 상반기 전구체의 무역 적자는 21억7000만달러였는데 이 중 97%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의 영향으로 배터리 공급망 이슈가 부각되면서 전구체 내재화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이외 국내 기업들의 전구체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양극재 앞에 전구체 있다

전구체(Precursor·프리커서)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용어다. 영어 'Precursor'는 '앞'을 의미하는 접두사 'pre'에 '달리다'라는 의미의 'curs'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or'이 결합한 단어다. 원래 '선구자'란 의미를 갖고 있으나 전문 용어로 화학 반응에서 어떤 물질을 만들기 위한 선행물질이란 뜻을 갖게 됐다. 한자어 전구체(前驅體)는 '앞에서(前) 달리는(驅) 물질(體)'이란 뜻으로 영어 'precursor'를 그대로 한자로 옮긴 것이다. 전구체는 화학뿐 아니라 반도체, 바이오 분야에서도 두루 쓰이고 있다. 이를테면 '단백질의 전구체는 아미노산'이란 식이다.

2차전지에서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평균 전압에 주로 관여한다. 양극재는 리튬이온배터리 원가 비중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이 양극재 원가의 60~80%를 차지하는 것이 전구체다. 결과적으로 배터리 원가의 약 30%가 전구체인 셈이다.

양극재는 리튬이온이 결합해 있는 리튬산화물에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다른 금속 물질을 더 해 만들어진다. 이러한 원료들을 섞은 화합물이 전구체다. 즉 리튬을 더하기 전의 물질을 전구체라고 할 수 있다.

에코앤드림 홈페이지 캡처

국내 기업들이 주력으로 하는 삼원계(NCM ·NCA 등)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전구체는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을 섞어서 만든다. 니켈은 주로 에너지밀도, 코발트와 망간은 안정성, 알루미늄은 출력에 관여한다. 중국 기업들이 주력으로 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전구체는 인산염, 철 등으로 구성된다.

전구체를 만드는 방법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공침법(Co-Precipitation)이다. 공침(공동침전)이란 어떤 물질이 침전할 때 다른 물질을 함께 침전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전구체를 예로 들면, 우선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핵심 금속을 용해해 금속 용액을 만든다. 이후 금속 용액 안에 착화제 및 조절제를 넣고 PH(산도)를 맞춘 후 교반(휘저어서 섞음)한다. 이때 반응과 응집 과정을 통해 침전물이 생긴다. 침전된 물질을 여과하고 세척 및 건조하면 전구체가 만들어진다.

양극재 기업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전구체를 가져와 양극재를 제조한다. 양극재를 만드는 과정은 기업마다 다양하다. 아래 그림에서 NCA 양극재 제조 과정을 살펴보면 첫 번째는 니켈(Ni)과 코발트(Co)로 구성된 전구체에 알루미늄(Al)을 코팅한 후 수산화리튬(LiOH)을 추가해 NCA 양극재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처음부터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으로 구성된 전구체에 수산화리튬을 추가해 NCA 양극재를 만드는 방식이다. 세 번째 방식은 니켈과 코발트 전구체에 산화알루미늄과 수산화리튬을 추가해 NCA 양극재를 제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코팅하고 열처리해 성능이 좋은 양극재를 생산하는지가 그 기업의 기술력이자 경쟁력이다.

전구체는 입자 크기에 따라 대립경과 소립경으로 나눈다. 대립경은 입자의 크기가 10~20 마이크로미터(㎛), 소립경은 5㎛ 이하를 의미한다.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입자 간에 접촉 면적이 늘어나 더 빠른 전기 화학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보통은 가격이 저렴한 대입경과 소입경을 섞어 사용한다. 입자가 굵은 대입경 사이에 소입경을 채워 넣는 것이다.

전구체는 또한 단결정과 다결정으로 나누기도 한다. 고용량 고성능 배터리 생산을 위해서는 단결정 전구체가 선호된다. 다결정 전구체는 배터리 생산 공정중 압연(롤플레싱) 과정에서 입자가 깨지기 쉽고 내부 기공이 많아 밀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단결정 구조는 충·방전을 계속해도 갈라짐(클랙) 현상이 없어 배터리의 수명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전구체 없이 바로 양극재를 만드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전구체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 물질을 줄일 수 있고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립화 나서는 韓 기업들

배터리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하면서 전구체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크레딧솔루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구체 수요량은 2023년 141만8000톤에서 2027년 526만3000톤으로 연평균 30%씩 성장할 전망이다. 비즈니스인사이트리서치는 세계 전구체 시장 규모가 2021년 51억8960만달러(약 6조7983억원)에서 2031년 483억3984만달러(63조3251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전 세계 전구체 시장의 약 80% 이상을 중국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24케미컬리서치는 중국이 전 세계 전구체의 85%를 생산하고 이어 한국(9%), 일본(6%)의 순서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는 하이니켈 전구체만 놓고 볼 때 2022년 기준 글로벌 1위 전구체 기업은 중국의 CNGR(중웨이)이다. 이 기업은 연간 16만 톤의 생산 능력을 보유해 19.8%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중국의 GEM(거린메이,11만 톤, 13.6%), 중국 CATL의 자회사 브런프(9만톤, 11.1%) 등 1~3위를 중국 기업이 휩쓸고 있다. 이밖에 독일 바스프와 일본 토다의 합작인 바스프-토다( 7만4000톤, 9.2%), 중국 화유코발트(7만톤, 8.7%)가 5위권 안에 포진해 있으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연간 2만8000톤을 생산하며 점유율 3.5%로 8위를 기록 중이다.

이밖에 국내 기업으로 포스코퓨처엠, 엘엔에프(L&F), 코스모신소재 , 에코앤드림, LG화학이 있으며 벨기에 유미코어, 일본 다나카케미컬 등이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전구체의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했으나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생산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미국 IRA에서 중국산 소재를 사용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전구체 내재화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번에 상장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027년까지 21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어 시장점유율 7.5%로 글로벌 5위 전구체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포스코 퓨처임은 2023년 기준 1만5000톤의 전구체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44만 톤까지 확대해 내재화율을 높일 계획이다.

LS그룹은 엘엔에프와 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제조 공장을 착공했다. 투자 규모는 1조8402억원이다. LS그룹은 이 공장에서 2025~2026년에 전구체 양산을 시작해 2029년 12만 톤까지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2028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SK온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중국의 GEM과 함께 1조21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5만 톤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2023년 6월 중국 CNGR과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은 미국의 IRA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QY리서치 코리아는 급증하는 국내 양극재 생산 규모를 고려할 때 국내 전구체 시장 규모가 2030년에 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구체 자급률은 2025년 46%를 기록하고 2030년에는 56%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참고문헌>
SK리서치센터, 양극재 전구체 내재화의 가치, 2021.10.8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인사이드, 양극재 제조의 핵심 전구체, 2022.3.30포스코퓨처엠 뉴스룸, K-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 전구체 내재화가 필수인 이유, 2023.6.19세계일보,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전구체' 국산화 활발, 2023.8.6연합뉴스, 한국이 양극재 수출로 번 돈, 원료 댄 중국으로 흘러간다, 2023.9.5

산업IT부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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