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윤기자
SK E&S가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Santos)와 함께 한국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모아 호주 저장소로 운송·저장하는 국경 통과 CCS(탄소 포집·저장) 사업 개발 협력에 나선다.
SK E&S는 30일 호주 시드니에서 산토스와 ‘한국-호주 간 국경 통과 CCS(Transboundary CCS) 추진 관련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은 호주 북준주 해상 G-11-AP 광구를 포함해 양사가 공동 개발 중인 호주 이산화탄소 저장소를 기반으로, 향후 한국과 호주 간 국경 통과 CCS 사업 개발에 협력하자는 내용이다.
G-11-AP 이산화탄소 저장소 사업은 호주 북부 해상 보나파르트 분지 내 대염수층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CCS 탐사 프로젝트다. 지난해 8월 SK E&S는 산토스, 셰브론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공동으로 G-11-AP 광구 탐사권을 확보했다. 향후 사업성 검증 등 절차를 거쳐 해당 광구를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개발할 계획이다. 대염수층은 고염도의 지층수(염수)가 존재하는 지층으로, 염수가 가득 차 있던 공간에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어 고갈 유·가스전과 함께 이산화탄소 저장에 최적화된 지층으로 꼽힌다.
양사는 해당 광구를 저장소로 활용해 한국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모아 호주 내 저장소로 운송, 저장하는 국경 통과 CCS 사업이 본격화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발전소나 산업 현장 등 한국 내 이산화탄소 저장 수요를 확보하고, G-11-AP 광구를 포함한 이산화탄소 저장소 개발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국경 통과 CCS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날 열린 ‘제32차 한-호 에너지자원협력위원회’를 기점으로 한국 최초 탄소 국경 이동 협약 체결을 위한 양국 간 협의가 가시화하면서 SK E&S와 산토스가 함께 추진하게 될 국경 통과 CCS 사업도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 배석 하에 진행된 체결식에는 김일영 SK E&S 업스트림본부장과 앨런 스튜어트 그랜트 산토스 친환경에너지 담당 부사장이 참석해 협약서에 서명했다.
이번 MOU 체결을 통해 SK E&S와 산토스는 기존에 추진 중인 CCS 저장소 사업 개발 협력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한-호 국경 간 CCS 사업 개발을 위한 협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이미 호주 바로사(Barossa) 가스전 개발사업과 연계해, 인근 동티모르 해역의 바유운단(Bayu-Undan) 고갈가스전을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바로사 가스전의 천연가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바유운단 가스전에 영구히 저장하고, 이렇게 생산된 저탄소 LNG를 원료로 하는 국내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바유운단 가스전에 저장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추가 이산화탄소 저장소가 성공적으로 개발될 경우 SK E&S는 호주 북부와 동티모르 해상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CCS 허브'를 확보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CCS 기술 역할이 커지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주입할 저장소 경쟁 또한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발생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대규모 해외 저장소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호주는 포집된 이산화탄소의 국가 간 이송을 가능하게 하는 런던의정서 개정안 비준 관련 법안의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호주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고갈 유·가스전, 대염수층 등 풍부한 잠재 이산화탄소 저장소를 기반으로 CCS 산업을 육성할 계획도 세워놨다. 런던의정서 개정안 비준이 이뤄지면 이산화탄소의 수출입이 가능해지면서 한-호 국경 간 CCS 사업 협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김일영 SK E&S 업스트림본부장은 "세계적으로 늘어날 이산화탄소 저장 수요를 고려하면 저장소 확보와 국경 통과 CCS 밸류체인 조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산토스와 지속해서 협력해 한국 내 탄소감축을 위한 다양한 CCS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