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명](72)AI가 보험 맞춤설계…비용 확 낮췄다

'시그널플래너' 운영사 해빗팩토리
AI로 보험업계 정보비대칭 해결
연내 생성형AI 접목 서비스 출시

정윤호 해빗팩토리 대표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한 20대 직장인 김지원(가명)씨. 나이와 경제 여건에 맞는 보험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정보를 탐색했다. 유튜브와 각종 블로그에서는 광고성 상품 추천이 대부분이고 상품 가짓수도 너무 많다. 실손보험과 암보험 등 보험 종류에 따라 '갱신형'과 '비갱신형' 등 어떤 지불방식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핀테크(기술+금융) 스타트업 해빗팩토리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2020년 9월부터 보험추천 서비스 '시그널플래너'를 운영중이다. 고객이 시그널플래너 애플리케이션에서 자신의 금융 상황을 입력하면 최적의 보험상품을 추천해준다. 기존에 가입한 보험에 대한 평가도 가능하다.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는 "보험증권 10장과 보험약관 1000장에 달하는 양을 설계사가 수작업으로 분석해야 했던 기존 보험 산업의 문제점을 바꿔보고 싶었다"면서 "설계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과 업무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보험시장에서는 1명의 보험설계사가 상품 제안부터 보험 분석, 가입, 유지관리까지 모든 일을 도맡았다. 해빗팩토리는 보험 분석과 추천에 관한 업무는 AI가 맡고 상품 심사와 상담, 계약체결 등은 정규직 설계사가 하도록 업무를 이원화했다. AI는 맞춤 상품 추천 엔진을 통해 고객별 보험 상품 비교·제안을 10초 만에 해결한다. 보험 상품은 종합보험, 어린이보험, 실손보험, 유병자 실손보험, 운전자보험 등 다양하다. 정 대표는 "해빗팩토리가 핀테크 기업 중에서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보험설계와 관리 자동화"라며 "AI 기술 등을 활용하니 설계사의 업무 효율이 업계 평균 대비 25배나 높아졌다"고 말했다.

AI가 기존 설계사의 업무를 86% 가져갔지만 여전히 해빗팩토리에서 업무의 중심은 '사람'이다. AI가 설계사 역할을 모두 대체하는 게 아니라 설계사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고 최종 판단은 설계사가 하도록 한다는 게 회사 철학이다. 해빗팩토리는 시그널플래너 소속 설계사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통상 보험대리점(GA)이 위촉직 형태로 고용하는 방식을 탈피했다. 최근엔 청각장애인 설계사를 정규직으로 뽑기도 했다.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자와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보험을 팔 수 있으니 실력만 있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해빗팩토리 서비스 이미지.

해빗팩토리는 11월 출시를 목표로 생성형AI를 시그널플래너 서비스에 접목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이를 통해 우선 '시그널 AI상담사'를 선보일 계획이다. 보험에 궁금점이 많은 고객을 위해 AI 기반으로 자동화된 질문과 답변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정 대표는 "그동안 쌓아온 방대한 양의 보험정보와 상담데이터를 생성형AI 기술과 접목해 고도화했다"면서 "최근 설계사와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해빗팩토리는 생성형AI 기술을 통해 설계사들의 업무를 도와주는 '설계사 지원 AI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해빗팩토리는 어려운 투자 환경 속에서도 지난 10일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전략적투자(SI) 펀드인 '신한 하이퍼 커넥트 투자조합 제1호'를 통해 6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1년 11월 KB생명 등으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약 200억원이다.

해빗팩토리는 지난해 1월 글로벌 사업의 일환으로 미국법인(해빗팩토리 USA)을 설립했다. 같은해 3월 주택담보 대출 제공 서비스 '로닝에이아이(Loaning.ai)'를 론칭했다. 한국 보험시장에서의 기술과 데이터로 판매 프로세스 전반을 디지털화한 경험을 활용해 미국 대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까지 대출 성사액은 600억원을 돌파했다. 법인 설립 1년 만에 미국 최대 대출기관 웰스파고, 로켓모기지보다 최대 1.5% 낮은 금리를 제공해 고객 이자 비용을 총 89억원 절감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미국은 생성형AI 기술이 한국보다 더 발전했고 챗GPT와 바드 같은 AI 서비스가 먼저 시작된 시장"이라며 "내년엔 모기지 기반 핀테크와 부동산 기반 프롭테크를 결합한 서비스를 미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윤호 해빗팩토리 대표.

바이오중기벤처부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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