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율기자
그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수사하던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사건이 서울남부지검에 송치됐다. 서울남부지검은 현재 수사 중인 ‘클레이’ 코인 사건과 함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연관된 사건 2건을 맡게 됐다.
26일 금감원 특사경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건영)에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상대였던 하이브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의 주식 시세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시세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문을 내는 고가 매수 주문, 장 막판 시간 외 매매 때 고가 주문을 내는 종가 관여 주문 등의 전형적인 시세조종 방법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SM엔터 주식에 대한 주식 대량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자본시장법상 본인이나 특별관계자가 보유하는 주식의 합계가 발행주식의 5% 이상이 되면 5일 이내에 금융위나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은 카카오 계열사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코인 ‘클레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고발인인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은 이 사업과 관련된 임직원들이 투자·용역비 등 각종 명목으로 클레이를 나눠 받아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일부 투자자에게 클레이를 상장 전 ‘비공개 판매’(프라이빗 세일)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집했는데, 자금 처리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수사망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금감원 특사경은 이번 송치 대상에서 김 센터장을 제외했지만, SM엔터 인수합병 과정에 직접 지시했거나 보고를 받는 등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어 조만간 김 센터장이 검찰로 송치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특사경은 지난 8월 김 센터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한편 지난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시세조종 관여 혐의가 있는지 16시간 조사했다. 김 센터장의 진술과 자료를 확보한 상황에서 금감원 특사경은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특사경은 "18인의 피의자 중 5인을 우선 송치했다"며 "나머지 피의자의 시세조종 공모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신속한 수사를 통해 추가로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레이 사건을 고발한 시민단체 역시 피고발인에 김 센터장을 명시했다. 근거는 2021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진행된 카카오 그룹 차원의 클레이 사업 홍보다. ▲중요한 사업이라 최측근을 전진 배치 ▲해외 진출을 위한 핵심 사업이라는 취지로 ‘카카오 사업을 진행한다’는 보도가 있었던 만큼 ‘내부자’로 불리는 플랫폼 사업 관계자들끼리의 코인 나누기 등에 대해 카카오와 이를 진두지휘한 김 센터장이 모를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카카오는 어떻게 코인을 파는가’의 저자인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카카오는 코인 플랫폼 사업 조직 개편과 인력 이동을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처럼 언론에 홍보했다"며 "개인 비리보다는 회사 차원의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건 모두 카카오 최대주주이자 기업집단 동일인인 김 센터장의 승인 없이 이뤄지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검찰은 보고가 어느 선까지 진행됐는지, 결재는 누가했는지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사경이 피의자로 김 센터장을 부르는 등 수사에 진척이 있는 ‘SM 엔터 시세조종 의혹’ 사건과 달리, 클레이 수사 진행은 더딘 편이다. 클레이 사건은 현재 고발인 조사만 진행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클레이 사건에 대해 "고발장을 토대로 혐의 유무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