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덕분에…日 상장기업 20곳, 영업이익 18조원 더 걷는다

달러당 엔화 150엔대 하락시
자동차기업 이익 1조6000억엔 늘어
도요타 8900억엔 증가 전망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초유의 엔저 사태에 따라 일본 수출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상장기업 상위 20개사의 추가 영업이익만 2조엔(18조272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실적 잔치 속에 일본 기업들이 주주환원이나 설비 투자에 나설 것인지 여부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업종별로 자동차 7개사 정밀기계 7개사, 전자제품 3개사, 중공업 기계 3개사를 선정해 달러화 대비 엔화 약세 영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까지 하락한다고 가정할 시 이들의 2023년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기존보다 2조엔 더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각 회사가 예상한 전망치보다 20% 많은 규모다.

이 중 자동차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분은 1조6000억엔에 달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2023년 회계연도 예상 환율을 달러당 125엔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달러당 엔화 가치가 1엔 하락할 경우 예상한 것보다 연 450억엔의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하게 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엔저의 영향으로 도요타가 추가로 거둬들일 영업이익만 89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혼다와 스바루는 예상 환율을 달러당 각각 128엔, 125엔으로 잡고 있어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경우 영업이익이 105억엔과 100억엔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밀기계 기업들도 엔화 약세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2023년 회계연도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쓰비시 중공업과 가와사키 중공업, 히타치 제작소 3사는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을 130엔으로 상정해 엔화가치가 1엔 낮아질 경우 각각 15억엔에서 18억엔의 추가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실적 개선 영향은 20개사 뿐만 아니라 상장사 전반에서 관찰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60%가 2023년 회계연도 환율로 달러당 130~134엔을 상정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125~129엔으로 환율을 설정한 기업도 10%가 넘는다. 현재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50엔을 목전으로 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낮게 설정한 기업일수록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추가 이익을 더 많이 거둘 수 있게 된다. 다이와증권은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엔화가 1엔 하락할 경우 올해 주요 기업의 경상이익이 0.4%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시장의 관심은 기업들이 실적 잔치가 벌어질 경우 추가 영업이익을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두지 않고 주주에게 환원할지 여부에 쏠렸다. 최근 도쿄증권거래소의 요구로 장부가액에 못 미치는 주가에 거래되는 상장사들의 경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 대기업들의 순이익에서 자사주 매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기업의 경우 40%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80%), 유럽(60% 미만)에 비해 현저히 작은 규모다.

니혼게이자이는" 기업들에 주주환원 확대와 인적자본 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엔화 약세로 생긴 현금을 기업들이 설비 투자에 쓸 경우 기업가치 향상과 국내 경기 활성화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제1팀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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