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기자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정보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재판에서 보고서 삭제 지시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2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서 박 전 부장은 이태원 참사 직후 담당 경찰관에게 목적을 달성한 보고서 삭제 지시가 "당시엔 규정에 따른 올바른 판단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목적을 달성한 수집 및 작성한 정보는 폐기했다는 게 박 전 부장의 설명이다.
박 전 부장은 "(참사의) 진실 규명이나 책임을 규명하는 차원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담당하는 부서에서 잘못을 시정하는 차원으로 접근했다"며 "좁은 소견에 잘못된 판단을 한 것 같다. 그 부분에 있어서 반성한다"고 밝혔다.
박 전 부장은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함께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특정정보 요구(SRI) 보고서를 이태원 참사 직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보고서를 통해 안전사고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박 전 부장은 "(검찰 주장대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문헌의 의미와 맞지 않는다"며 "이태원 참사는 우리가 통상 생각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해명했다.
재판에 앞서 참사 유가족들은 박 전 부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언론 브리핑 및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참사 희생자 고(故) 유연주씨의 아버지 유형우씨는 "참사 1주기가 돼 가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미래 경찰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