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다음]③'다양성 없는 포털산업, 외산 플랫폼만 이득'

다음 없으면 네이버 홀로 정치적 외풍 노출
구글·빙 외산 플랫폼 영향력만 강화

국민 포털이었던 이 사라진다면 국내 포털 산업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 미미한 점유율이지만 네이버와 다음의 양강 구도가 무너진다. 네이버 독주 체제에선 포털 서비스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정치적 외풍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포털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외산 플랫폼의 영향력만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 다음 없어도 영향 無…오히려 호재

업계 안팎에선 카카오가 다음을 매각하더라도 기존 사업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 본다. 다음 계정을 카카오로 통합한 것을 제외하면 연계한 서비스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전체적인 매출 규모가 줄어들지만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면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매각대금을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할 수도 있다. 카카오는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 비용이 실적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음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다음을 매각하는 게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20년 이상 토종 포털 자리를 지켜온 이름값이 있기 때문이다. 매달 1000만명가량 이용자가 유입되는 플랫폼을 버리면 축적된 데이터나 콘텐츠도 포기해야 한다. 카카오가 차기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AI의 핵심이 데이터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AI 학습에 있어서 포털은 큰 기능을 한다"며 "SK(SK커뮤니케이션즈)가 네이트를 여전히 운영하는 것을 봐도 사람을 끌어모으는 포털의 중요성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경쟁 사라지는 포털 산업…"다양성 잃고 구글에 먹힐 것"

다음이 사라진다 해도 이용자에게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 검색 시장 주도권은 네이버와 구글에 뺏긴 지 오래다. 영상을 보려는 이용자들은 유튜브를 먼저 찾는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일상을 포털 서비스가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다.

반면 포털 생태계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플랫폼 산업 경쟁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음은 점유율이 낮지만 포털 서비스 간 경쟁을 유발하며 플랫폼 산업을 성장시켰다. 전 세계에서 자국 포털 서비스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 한국이 유일하다. 외산 서비스 진입을 막은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의 포털만 구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다음의 빈자리는 구글을 포함한 외산 플랫폼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 입장에선 홀로 정치적 외풍을 받아내야 한다. '포털 독과점', '뉴스 편향' 등은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반복되는 이슈다. 지금까지는 다음과 함께 목소리를 냈지만 네이버만 남는다면 외부 압박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포털 내 존재하는 다양성을 약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이 살아남으려면 특화된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카페처럼 경쟁력 있는 커뮤니티 기능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편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 한때 미국, 유럽, 아시아 각국에서 1위 포털에서 추락한 야후의 경우도 비슷하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야후는 미국에서 경제 포털에 특화한 야후 파이낸스로 살아남았다"며 "다음도 현실적으로 특정 섹터나 기능에 집중해 생존하는 전략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IT부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산업IT부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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