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진기자
약 100억 원이 넘는 양성 비용을 들여 키운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매년 이탈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역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약 1700명이다. 대다수는 대위(780명)와 소령(540명)이다. 이중 소령급에서 유출이 많다. 우리 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 등 조종사 임무를 수행해야 할 한창때의 조종사들이 매년 약 100명 안팎으로 군을 떠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일대 상공에서 F-15K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에는 106명, 2018년에는 125명이 유출됐다.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2021년에는 7명으로 줄었으나, 올해 다시 늘어나 지난달 기준으로 58명이 이탈했다. 이탈한 인원 대부분은 군을 떠나 민간항공사 조종사로 취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련한 전투기 조종사 1명을 키우려면 대략 100억원이 넘는 양성 비용이 든다.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크게 '조종사 양성 교육 비용'과 '전비 태세 훈련 비용'으로 구성된다.
지난 2013년 도입된 FA-50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 비행교육과 전술 입문 등으로 1인당 12억 5000만 원이 들고, 여기에 전비 태세 훈련 비용 56억 9000만원이 든다. 이렇게 숙련 조종사가 되는 10년간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69억4000만원으로 약 70억원에 이른다.
비슷한 연차의 KF-16 기종 조종사는 122억 6000만원, F-15K 조종사는 210억 8000만원의 양성 비용이 들어간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이탈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비슷한 경력 대비 민간 항공사에 비해 낮은 보수가 문제였고, 두 번째로 비상 출격이나 출격 대기 등으로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꼽혔다. 마지막으로 진급을 위한 경쟁에서 오는 피로감도 전역을 생각하게 되는 원인으로 꼽혔다.
공군은 조종사들의 전역을 늦추거나 유출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다. 우선 대령 보직을 25자리 늘려 조종사 정원 구조를 개선하고, 민항사에 취업할 수 있는 채용 제한 연령도 폐지했다.
또, 연 30억원을 투입해 전투기 조종사 항공 수당을 내년까지 20% 인상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조종사 연장 복무 장려수당도 기존 임관 21년 차뿐 아니라 22년 차 이상까지 월 100만원씩 지급할 수 있도록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들이 군 복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항공 수당 인상 등 조종사 복지 및 처우개선 사업을 지속 추진 중"이라며 "시대변화를 고려해 20~30대 젊은 조종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복무 만족도 향상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