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주기자
한국은 불법 공매도를 강하게 규제하는 국가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80조가 대표적이다. 원칙적으로 공매도를 금지(제180조의4)하며, 예외적으로 특정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법 개정으로 예외적으로 허용된 차입 공매도까지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공매도 제도는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왔다.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 공매도 미결제 사태가 발생한 이듬해 '공매도 관련 위탁증거금 징수 특례'를 신설했다. 이어 2012년 8월 공매도 잔고 보고 제도 도입, 2013년 11월 투자자별 공매도 잔고 공시 의무화, 2016년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공시제도 등이 시행됐다. 2017년 3월에는 세계 최초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했다. 2017년에는 한국거래소가 공매도 종합포털을 구축해 일반에 공개했다.
공매도 규제 방향에 변화가 생긴 것은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이다. 당시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기업의 주가가 공매도 포지션 탓에 폭락하는 등 논란이 불거겼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준비한 HDC현대산업개발이 대표적이다. 유상증자 공시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의 공매도 비율은 23.54%까지 뛰었다. 신주 발행가격이 급락해, 증자 규모가 계획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이에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부과, 형사처벌, 유상증자 기간 중 공매도한 투자자의 증자 참여 제한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공매도 주문금액 한도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형사처벌도 가능해졌다. 벌금의 경우 불법행위에 따른 이득의 3~5배까지 부과할 수 있고,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내릴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불법 공매도 제재는 1억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전부였다.
김성훈 국회 법률정보실 전문경력관은 "법 개정 당시 공매도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거나, 공매도 가능 종목을 지정하는 방식의 개정보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공매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데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 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공매도 규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공매도 주문을 넣을 때 직전 체결가격 이상의 호가만 제시할 수 있는 '업틱룰'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원칙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지만, 시장조성자 등의 목적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업틱룰 적용의 경우 미국은 장중 주가가 전거래일보다 10% 이상 하락한 경우에만 적용한다.
한국보다 공매도 규제가 강한 곳은 홍콩 정도다. 홍콩도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SHEK 거래시스템을 통해서만 공매도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공매도 거래와 관련해 주간보고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력한 규제가 존재하는데 왜 불법 공매도가 끊이지 않을까.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대검찰청·한국거래소와 함께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할 당시 이런 문제의식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금융위는 "30만엔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일본이나 10만 홍콩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한 홍콩과 비교해도 처벌 수준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이 미온적이라는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도 보완 방안의 핵심은 기획조사 강화, 신속한 조사, 전담 조직 설치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불법 공매도 점검 방법은 결제수량 부족 계좌 점검 위주였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은 주가 추이, 공매도 비중 등을 분석해 조사 대상 종목을 점검하고 있다. 매매분석 결과 혐의점이 발견되면 즉시 기획조사에 착수한다. 최근 금감원이 불법 공매도 적발 사례를 잇따라 발표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특히 첫 형사처벌 사례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금감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글로벌 IB와 관련해 "(불법 행위자가 외국인이거나 해외 법인 등이어서) 외국에 있다면, 끌고 와서라도 (국내법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도록 수사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적발과 처벌이 미온적이라는 인식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인 대목이다.
제도 개선을 추가로 논의하기보다 엄격한 법 적용 사례가 나오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공매도 규제 수준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현행법에 따라 처벌하는 사례가 나오고 기관들에 과징금을 엄격하게 부과하면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경각심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