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물가 하락 속도 늦어질 듯…이-팔 전쟁 여파 예단 어려워'

1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현재 통화정책 긴축적 수준"
"금통위원 1명, 금리 낮출 가능성에도 유연성 가져야 한다 의견 제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지난 8월 예측한 물가 하락 경로보다는 속도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8월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각각 3.5%와 2.4%를 제시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몇 주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지금 상황을 봤을 때 8월에 예측했던 물가의 하락 경로보다는 속도가 좀 늦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음은 이창용 총재와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최근 물가 반등세도 가파르고 가계부채나 기업부채도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금 기준금리가 긴축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건지 의문이 있는데.

▲긴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금리라든지 중립금리와의 비교, 가격 변수를 통해서 판단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가격 변수가 아니고 가계대출, 기업대출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걱정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경제에 주는 충격을 걱정해서 하는 건데, 기업대출이 늘어났다고 금리 수준이 긴축적이지 않다고 결론 내리기 어려운 것이다. 최근에 기업대출이 늘어난 것은 회사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회사채를 발행하던 것에서 기본적으로 대출로 이동한 것도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면 몇몇 대기업들은 지금 대출을 받아서 회사채를 상환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대출 자체를 보는 게 아니라 실물경제를 봐야 한다. 수량 변수를 통해서 긴축 정도를 판단할 때는 해석에 굉장히 조심해야 된다.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하는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온다. 이번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 중동 사태 전개 양상을 어떻게 보고 결정한 건지 궁금하다.

▲지금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단하기는 좀 어렵다. 앞으로 몇 주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더 적합할 것 같다, 이런 말씀 드리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우리 상황을 봤을 때 8월에 예측했던 물가의 하락 경로보다는 속도가 좀 늦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게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다. 내년 12월 말까지 2%에 갈 거냐고 물어보면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 그 수준으로 수렴해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속도가 8월에 예측했던 것보다 좀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보면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 질문에 "한국은 전형적이지 않다, 그리고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특수한 상황"이라는 답변을 했는데, 잠재성장률 하락의 영향으로 중립금리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중립금리가 낮아지고 이는 올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년 등 향후 통화정책 완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동안 계속 얘기해 왔던 거다. 전반적으로 미국 통화정책에 대해서 앞으로 더 높은 금리가 유지될 거다, 그리고 미국의 경기가 생각보다 견고하다, 이런 여러 근거에 미쳐서 미국의 중립금리가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 하는 이야기가 IMF(국제통화기금), G20에서도 논쟁 중이다. 지난 한 달 정도 미국의 중장기 채권이 굉장히 많이 올라가지 않았나. 그런데 우리의 중장기 채권금리도 같이 올라갔다. 단기금리는 한국은행이 조정을 하는데 중장기 금리가 미국 금리에 따라서 같이 올라갔다. 이게 고민인 이유는 사실 경제 이론적으로는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해서 환율이 마음대로 움직이게 하면 통화정책은 외국과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게 이론인데, 변동환율제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중장기 금리가 미국과 동조화되는 것을 이번에 많이 봐서 고민이다. 이게 단기적인 현상뿐만 아니라, 미국은 경제가 굉장히 견고해서 중립금리가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한 10년, 20년 시계로 보면 인구 고령화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그래서 균형금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하락하는 국면으로 갈 수도 있다. 선진국은 이게 오히려 올라가고 우리는 내려가면, 독립적으로 내려갈 수 있는지 아니면 영향을 받아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그게 이론적으로 굉장히 궁금하다. 답이 잘 안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 가서 IMF하고 얘기도 하고 BIS하고 얘기도 하고, 세계의 석학이라는 사람한테 물어봤는데 다들 '좋은 질문'이라고만 하고 답을 어느 정도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이것을 계속해서 우리가 좀 생각해 볼 예정이다. 다만 나는 이게 마치 지금 몇 개월 사이에 중립금리를 내림으로써 통화정책 완화로 가려고 시그널을 준 것 아니냐고 반응하시는 분이 많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중립금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 성장률 전망, 그러니까 지금 1~2년 사이의 성장률 전망, 물가 전망, 이런 것에 기초해서 영향을 많이 받는데 마치 10년, 20년 뒤의 얘기를 하는 것이 지금 당장 1~2년 사이에 금리 조정하는 것에 영향을 직접 주기 위해서 포석을 깔아 놓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건 과도한 반응이다. 중장기 문제와 단기 문제는 좀 구별을 했으면 좋겠다.

-내년 중국의 성장률을 한은은 4.5% 그리고 IMF는 4.2%로 내다봤는데 성장률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뭔가. 최근 경기 침체 속에서 중국의 경제지표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IB 등의 전반적인 중국 성장률의 내년도 전망치는 평균치가 한 4.5% 정도 되는 것 같다. IMF의 4.2%는 좀 낮은 수준이어서 이번에 왜 그렇게 전망했는지, 여러 부동산 시장에 관한 문제 이런 것에 대해서 여러 견해를 나눴다. 그런데 IMF의 그 발표가 난 다음에 최근을 보면 중국이 다시 경기 부양정책을 좀 하고 이번 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좀 높게 나와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좀 봐야 될 것 같다. 11월에 경제성장률 전망을 할 때 같이 그 전제 조건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올해가 얼마 안 남았는데 향후 3개월 내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 수준은?

▲나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1명은 앞서 언급한 이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3개월을 봤을 때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나머지 5명은 앞서 얘기한 이런 불확실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 상황을 평가해 볼 때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지난 8월 통방시보다 긴축 강도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고 보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 말을 한 5명 중 1명은 이런 이유에 더해 가계부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이 거의 끝나간다고 언급한 구체적인 근거를 말해달라.

▲첫 번째로 그동안 시장이 연방준비제도에서 어떤 얘기를 해도 안 믿고 금리를 곧 내릴 거라고 생각하다가 이번에는 드디어 미국 경제가 굉장히 노동시장도 견고하다 보니 이제 당분간 정말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기대가 바뀌어서 장기물에 대한 채권 수요가 많이 줄면서 금리가 막 올라가고 있다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고, 또 미국의 재정적자가 6% 이상으로 계속 유지되고 지금 여러 전쟁도 있고, 또 미국도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우리처럼 사회복지 사업 등을 많이 줄여야 되는데 그런 것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도 없다. 대부분은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가 차이가 나면서 펀딩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간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 해석이 와닿는 것도 금리가 지난달에 올라가다가 갑자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생기니까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졌다가 다시 좀 올라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 이게 이번 11월 초에 있을 연준 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완전히 나누어졌다. 한쪽에서는 이미 시장 금리가 많이 올라갔으니까 기준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 경제가 견고해서 생긴 문제인데다 하마스 사태 등을 보면 다시 물가상승률이 더 올라갈 수도 있으니 기준금리가 더 올라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이런 상반된 견해가 있어서 어느 한쪽이 맞다는 판단이 좀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가지 않느냐 한 건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작년보다는 금리 인상 기조가 안정되는 국면이라는 말이다.

-9월 물가가 우리나라, 미국 모두 3.7%로 같아졌다. 미국이 작년 최고점이 9.1%고 우리나라 6.3%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물가 둔화 속도가 미국보다 느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금 전기요금 인상 등을 극도로 억제하는 상황인데, 수요가 좋은 미국보다 왜 물가 둔화 속도가 느릴까.

▲높은 데서 내려오면 빨리 내려오고 조금 더 낮은 데서 내려오면 천천히 내려와야 하니까. 같은 목표 수준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이 훨씬 높았기 때문에 빨리 내려오는 거고 우리는 그보다 낮았기 때문에 속도가 당연히 더딘 거다. 목표 수준 2%로 수렴하는 시기를 보면 우리가 미국보다 빠를 거다. 또, 미국은 500bp(1bp=0.01%포인트) 이상 올렸는데 우린 300bp밖에 안 올렸지 않냐 이렇게 해석할 때 미국은 고정금리가 매우 많고 우리는 단기 변동금리가 많아서 똑같이 올리더라도 그 충격이 다르다. 그래서 그 속도를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에 대해서 최근에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연착륙을 달성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오늘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서 불안이 진정되지만, 잠재요인이 남아 있다고 했는데, 한때 뜨거웠던 부동산PF 불안 이슈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지.

▲작년 말 금리를 막 올리기 시작할 때는 부동산PF가 연말에 그렇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9월이나 10월 정도에 슬슬 부동산PF에 과다하게 투자했던 레버리지가 높은 기관부터 조금씩 어려움이 발생하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그런데 부동산PF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이 갑자기 크게 반응했다. 그래서 그때는 컨트롤이 잘 안 되면 금융안정에도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고점 대비 20~30%씩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그렇다고 물가가 올라가는 국면이기 때문에 금리를 상승시키지는 않을 수는 없어 금리를 올리고 미시적인 규제 정책을 완화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부동산가격이 시가로 했을 때 15% 정도 떨어져서 연착륙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 사이 거래량도 늘어나고 수도권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간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 전반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꼭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만 갖고 판단하는 건 아니므로 부동산가격이 충분히 올라가서 부동산PF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에 정부가 대주단을 이끌어 한 200여개 되는 부동산PF 중 10% 정도는 조용하게 구조조정을 했다. 금리 부담으로 인한 부동산PF 문제는 조금씩 나타날 수 있겠다. 그래서 정부의 입장은 이런 부동산PF 상황이 아직도 남아 있는 상황을 어떻게 큰 충격 없이 조금씩 정리해나갈 수 있는지다.

- 한·미 금리가 15개월째 역전되고 있는 상황인데. 괜찮나.

▲어느 경제이론도 금리차 자체가 움직임을 결정한다는 이론은 없다. 과거 경험도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변화할 것이냐는 예상과 가속화 여부 예상에 많이 달렸기 때문에 금리차 자체는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금리 차가 지금 2%포인트로 벌어진 것을 1%포인트로 다시 줄여야만 안전하다는 이론은 없는 것 같다.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물가전망치를 올릴 수 있다고 시사했는데 이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상황을 반영한 게 아니라면 어떤 다른 요인이 있나. 이 상황이 굉장히 악화해서 물가는 굉장히 올라가고 성장이 나빠지면 어디에다가 방점을 둘 것인가.

▲전쟁 이전에도 유가가 많이 올랐다. 유가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올랐다. 유가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11월에 새로운 전망을 발표해야 할 텐데 그때 어떤 시나리오를 베이스라인으로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남은 몇 주 살펴봐야겠다. 방점은 원칙적으로는 근원물가 등을 봐야 한다는 게 교과서적인 답이다. 그러나 이번에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5대 1로 나뉘지 않았나. 어느 쪽으로 가중치를 둘지는 원칙을 얘기하는 수준을 넘어 성장률과 물가의 숫자가 나와야겠다.

-금통위원 한 명이 인하 옵션을 언급했다고.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의 기회를 놓쳤다는 표현도 나오는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올리는 옵션과 마찬가지로 내리는 옵션도 열어놔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거다. 나머지 5명은 그런 전체적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그래도 물가 상승에 대한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해 올리는 쪽으로 열어둔 거다. 물가 경로가 생각보다 확 바뀌어서 기대 인플레이션도 바뀌면 나라 경제 전체를 위해서는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올릴 수 있겠다. 전제 조건을 봐야 한다. 나와 금통위원들은 원칙을 갖고, 우리가 예상하는 경로에서 벗어났을 경우에 어떻게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 거다. 그래서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반응하겠다.

경제금융부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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