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멈췄던 호위함 본계약 절차 돌입…HD현대重 유감 표명


내년 7조원대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수주전을 앞두고 HD현대중공업의 수주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올해 8월 법원에 낸 차기 호위함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이 지난 10일 기각되면서 '1.8점 보안사고 감점' 조항을 뒤집을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등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한 이유는 보안사고 감점 제도가 불합리하다며 방사청에 평가 기준을 재검토해달라는 취지였다. 이번 기각으로 HD현대중공업은 보안사고 감점에 대한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법원 통보를 받은 셈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11일 약 8000억원 규모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사업 우선협상 대상에서 탈락하자 사흘 뒤 이의를 제기하며 방사청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두 회사 점수 차이는 0.1422점이었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기술력이 앞서고도 보안사고 감점으로 차기 호위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가 뒤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한화오션 부스를 방문해 수상함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오션]

2014년 9월 신설된 보안사고 감점 규정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네 차례 개정됐다. 이 기간 보안사고 감점 적용 기한은 '기소 후 1년→기소 후 3년→형 확정 후 3년'으로 바뀌었다. HD현대중공업의 보안사고 감점 기한은 '기소 후 3년' 규정을 적용하면 올해 9월 끝나지만, '형 확정 후 3년'으로 개정되면서 2025년 11월까지다.

HD현대중공업은 보안사고 감점 기준 강화로 ‘기술 중심의 제안서 평가’라는 원칙이 퇴색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방사청이 타당한 설명 없이 단서 조항을 추가해 2021년 12월31일 이전에 기소된 경우 ‘기소 후 3년간’이라는 규정을 ‘형 확정 후 3년간’으로 4차 수정해 HD현대중공업에만 소급 적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은 “4차 개정은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지 한 달 만에 이뤄졌다”며 “불리한 보안사고 감점제도로 특정업체 입찰 참여를 배제하게 되며 국내 함정사업은 독점 형태로 재편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한화오션이 만든 KDDX 개념설계도(3급 군사기밀)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전원 유죄 판결받으면서 HD현대중공업은 1.8점 보안사고 감점을 받았다.

한화오션은 ‘기술점수가 더 높았는데도 보안사고 감점으로 수주에 실패했다’는 HD현대중공업 주장에 대해 양사 기술력에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글로벌 톱1·2 조선사로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양사 간 실질적인 기술 격차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년간 13건의 함정사업 기술평가에서 한화오션이 7번 앞섰다"며 “설계사업의 경우 한화오션이 4번 중 3번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울산급 배치3 5·6번함 기술능력평가에서 HD현대중공업은 0.9735점을 더 받으며 소수점 차이로 앞섰다.

소수점 차이로 성패를 가르는 군함 수주전에서 감점을 계속 받으면 HD현대중공업은 사실상 입찰에서 성공하기 어려워진다. 내년엔 KDDX 상세설계·건조사업이 예정돼 있다. KDDX는 미사일 요격 등 이지스구축함의 기본임무를 수행하는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린다. 사업 규모는 총 7조8000억원이다.

관람객들이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HD현대중공업이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가처분 신청으로 중단됐던 본계약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우선협상 대상자가 되면 인도 날짜와 작업 시작, 요구사항 등을 서로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본계약을 체결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의)가처분 신청으로 모든 일정이 멈춘 상태"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해군이 기존 수상함을 언제까지 운영하고 새 수상함을 인도받겠다는 전력화 일정도 그만큼 밀릴 수 있다"며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이제 본계약을 위한 절차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은 가처분 신청 기각과 관련해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불합리한 현행 보안사고 감점 기준이 계속 적용되면 공정한 경쟁이 저해돼 방위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향후 계획은 종합적으로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산업IT부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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