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 갑질도 인정'…법원, 직장내 괴롭힘 범위 폭 넓혀

직장갑질119 '판례 분석 보고서' 발간
법에서 제외된 '특고노동자' 피해도 인정

<i>#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A씨는 상사의 모욕과 외모 비하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재판부는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다면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i>

직장 내 괴롭힘의 적용 범위와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이 늘고 있다.

사진=아시아경제 DB

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대법원 판례와 하급심 판결 등 관련 판결 87건을 분석한 '2023 직장 내 괴롭힘 판례 분석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이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징계의 정당성과 범위 등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를 보인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위탁계약·프리랜서 노동자 등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노동자'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원은 캐디, 승선근무예비역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피해자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있다.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도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7월 서울중앙지법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안내데스크 직원의 소속사에 "대기발령 또는 전환배치 발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건에 대해 4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갑질 상사'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2월 성차별적 폭언을 하고 직원들에게 볼펜을 집어 던진 상사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선고했다.

지난 2월 수원지법은 8개월 동안 피해자에게 구애 갑질을 하고 언어적 성희롱을 한 행위자를 회사가 해고한 것에 대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사업주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직장갑질119 강은희 변호사는 "괴롭힘 행위자뿐 아니라 회사에도 법적 책임이 적극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회사의 직장 내 괴롭힘 조치 의무들의 준수뿐만 아니라 피해자 중심의 적극적인 사건 해결이 수반되어야 비로소 회사가 의무를 이행하였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 장종수 노무사는 "법원이 법 적용 대상인 근로자뿐만 아니라 비근로자에 대한 괴롭힘을 인정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제 사각지대를 없애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슈2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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