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최근 시장의 변동성은 연휴 기간 누적돼 있던 이슈들이 시장이 열리면서 한꺼번에 하루에 다 반영하다 보니 일어난 일이다. 일시적인 것으로 지속되진 않을 거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5일 오후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과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외환 시장이 크게 출렁인 데 대해 이같이 밝혔다.
변동성 확대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진 가운데 유 부총재는 "연휴 기간 이슈가 누적되고, 미국의 고금리가 오래갈 가능성이 열리는 등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변동성이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상황 점검회의하면서 말했지만 이런 변동성이 한 번에 반영돼서 나타나는 것은 문제 없고 이게 계속되면 시장 안정화 조치도 가능하다"며 "하지만 4일만큼 변동성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미국의 고금리가 길어질 가능성을 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로 한은이 통화 긴축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보냐는 질의에 유 부총재는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과 금리 차이가 나면 환율, 금리 등 시장 가격, 외국인 자금 유출 등 여러 가지가 얽혀서 영향을 받는다"면서 "지금까지는 환율, 금리 등엔 일부 반영돼 적절히 흡수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변동 속도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유 부총재는 "한은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한다는 건 속도가 너무 빨라서 경제 주체들이 반영하기 힘들 정도가 되면 안 된다는 게 기본 전제"라며 "금리, 환율에 대해선 시장 가격이니까 속도를 완만히 해서 경제 주체들에게 시간을 줘서 쏠림이 없게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유 부총재는 적극 반박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가진 정책수단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엇박자처럼 보일 순 있지만 그건 아니다"며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경착륙 우려가 있었는데 경착륙에서 소프트랜딩으로 가면서 생기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착륙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고, 기관 간 공조도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3분기 가계부채 전망에 대해서 유 부총재는 "3분기 숫자는 아직 안 나왔다"면서 "주택시장에 새로운 기대가 형성되지 않고 경제여건만 고려한다면 차입비용이나 경제성장 등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늘어날 가능성보다는 대출 증가 폭이 줄어들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지 않고 변동금리로 짧은 시간에 받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리파이낸싱을 한다"면서 "그 자체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구조가 갖고 있는 문제라서 그렇지 그게 특별히 더 위험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자 부채증가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유 부총재는 "자영업자 부채 중에서도 기업부채로 분류되는 것이 늘어나는 것을 워치하고 있다"며 "과도하게 빌릴 능력이 없거나 경제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커진다면 관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