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4억원에 달하는 백혈병·림프종 치료제 ‘킴리아주(성분명 티사젠렉류셀)’ 투여 환자 10명 중 7~8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억원에 이르는 초고가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주(성분명 오나셈노진 아베라프로벡)’ 투여 환자 대부분은 치료 효과가 있었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킴리아주와 졸겐스마 등 초고가 의약품 투여현황과 환자반응평가’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기준 킴리아주 투여 6개월이 지난 림프종 환자 130명 중 99명이 환급대상으로 분류됐다. 킴리아주 투여환자 중 76% 이상이 개선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다만, 킴리아주의 경우 급여 등재 초기 중증 환자가 다수 진입했기 때문에 현재 데이터만으로 치료성과를 단정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킴리아주가 지난해 급여화되면서 기대여명이 6개월에 불과한 중증 림프종 환자가 대거 투여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효과가 떨어져 보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한국보다 먼저 허가가 된 일본 등 해외에선 임상결과보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효과가 더 높은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킴리아주는 급성 림프성 백혈병 및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다. 주로 25세 이하의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원샷 치료제’이지만 한 번의 투약 비용이 3억6000만원에 이른다. 보건복지부는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주기 위해 지난해 4월 킴리아주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환자는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액인 598만원만 내면 투여받을 수 있게 됐다.
반면 1회 투여에 19억8000억원에 이르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주는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반응평가 결과 제출 환자 9명 중 1명만이 환급대상으로 나오면서다. 88% 이상이 치료효과를 봤다는 뜻이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졸겐스마주는 지난해 7월 건보 적용이 이뤄졌다.
초고가 중증질환 신약은 환자별로 효과가 없을 경우 일정 비율의 금액을 제약사가 건보공단에 환급하는 ‘환자단위 성과기반 위험분담제’가 적용되고 있다. 약효가 떨어지는데도 많은 건강보험 급여 청구가 되지 않도록 대비한다는 취지다.
킴리아주와 졸겐스마주의 급여 청구 비용은 지난 6월 기준 764억원이다. 킴리아주는 526억원, 졸겐스마주 238억원이다. 킴리아주는 약효가 없어도 환급비율이 50% 이하인 반면 졸겐스마주는 환급비율이 5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주 의원은 “사각지대 방지를 위해 킴리아주와 졸겐스마주처럼 초고가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에게 급여 대상은 확대해 나가야 한다”라면서도 “문제는 치료 성과비율이 떨어지는 의약품에 수백억의 급여가 소진되는 만큼, 초고가 신약의 지속가능한 급여를 위해서는 성과단위 위험분담제를 강화해 치료 효과가 없을 시 제약사의 환급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